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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한때 몸값 4조…IPO 철회 없다던 컬리, 연기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던 컬리가 결국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한국거래소 지원에 힘입어 해외 아닌 국내상장 추진으로 방향을 정하고,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까지 대비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IPO 시장이 결국 컬리 발목을 잡았다.

4일 컬리 측은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컬리는 지난해 8월22일 유가증권 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예비심사 효력 기간이 6개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컬리는 다음달 22일까지 상장을 마쳐야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증권신고서 마감일이 다가오자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컬리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승인을 받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국내와 미국 상장을 함께 검토하던 컬리는 2021년 7월 국내상장으로 방향을 정했다. 컬리 사업모델이 국내에 국한돼있는 데다, 거래소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적자기업도 성장성 바탕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해 3월 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컬리는 승인을 받기까지 5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김슬아 대표 지분이 5.75%로 낮아 거래소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컬리는 재무적투자자(FI)를 설득해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일정 기간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리가 상장 연기를 결정한건, 투자 시장 분위기 악화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2021년 12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로부터 2500억원 규모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유치하며 4조원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재 장외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는 1조원 이하로 추정된다.

유니콘 기업으로 처음 코스피에 진출한 쏘카 주가가 연일 최저가를 기록, 상장 한달만에 공모가 반토막이 났던 점도 컬리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다. 컬리 역시 이커머스 업계 유니콘 기업으로 특례상장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쏘카는 영업이익 흑자 달성 기대감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컬리는 아직 흑자전환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컬리 영업손실은 ▲2019년 986억원 ▲2020년 1162억원 ▲2021년 2177억원 등 매해 커졌다.

컬리 상장 연기는 주주 합의가 사전에 이뤄진 결과다. 투자자들 역시 가라앉은 증시상황에서 IPO를 추진하는 것보다 연기하는 것이 유리하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컬리 지분 절반 이상은 힐하우스캐피탈·세콰이어캐피탈 등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장기투자 개념이다. 특히 컬리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보고 투자한 앵커PE는 투자금 회수(엑시트) 때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컬리는 상장 ‘철회’가 아닌 ‘연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증권신고서 제출 후 절차를 중단하면 철회신고를 해야 하지만, 컬리는 예비심사만 통과 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별도 철회 신고를 할 필요 없다는 의미다. 2월 이후 컬리가 상장을 재추진하기 위해선 다시 예비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컬리는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다”며 “계획 중인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상장을 재추진하는 시점이 오면 성실히 안내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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