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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CSAP 등급제 개편 강행··· 네이버·NHN·KT·AWS·구글 등 촉각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제도 개선을 행정예고한 가운데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속이 타고 있다. 반면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은 반기고 있는 모양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9일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보안인증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 이유로는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를 들었다. 보다 넓은 영역에서 민간 클라우드가 이용되도록 빗장을 풀겠다는 취지다.

국가기관 등의 시스템을 상·중·하 등급으로 구분하고 등급별로 차등화된 보안인증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개편안의 골자다. CSAP를 받기 위해 필수적인 물리적 망분리를 하 등급에 한해 논리적 망분리로 완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제도가 개선된다면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정부의 CSAP 개편안을 반대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에 의한 시장장악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12월 30일 기준 총 72개의 서비스가 CSAP 인증을 획득한 가운데 외국계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공공 클라우드가 100% 국내 기업들을 위한 시장으로 있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물리적 망분리가 장벽으로 자리한 탓인데, 하 등급에 한해 이것이 완화된다면 이들의 공공 시장 진출은 확정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민간 클라우드 시장의 경우 AWS가 장악한 가운데 공공 클라우드마저도 AWS 등 외국계 기업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AWS, 구글클라우드 등은 공개적으로 정부 CSAP 개편안을 지지하는 중이다.

중국 클라우드 기업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알리바바클라우드와 텐센트클라우드는 국내에 리전(Region)을 두고 클라우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각각 커머스·게임 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성장 중인데, 압도적인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운다. CSAP 개편안이 무산된다면 이들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을 근거도 없어진다.

개편안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편의상 클라우드 기업이라고 지칭하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 사업자는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KT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가비아 등이다. 이들 기업에 자신의 서비스를 올려 판매하고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도 반대하고 있다.

반면 AWS 등과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찬성 입장이다. 클라우드 관리·서비스 기업(MSP)을 비롯해 외국계 기업에 서비스를 탑재한 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메가존, 베스핀글로벌로 대표되는 MSP는 AWS를 주 파트너로 삼아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국내 기업들도 고객사이긴 하나 매출에 영향을 주는 데는 큰 차이가 있다.

AWS를 통해 SaaS를 제공하는 기업들로서도 반길 만한 소식이다. SaaS를 제공하려면 각기 다른 인프라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발해야 한다. 국내 SaaS 기업 다수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AWS에 자사 소프트웨어(SW)를 올렸다. 압도적인 시장 주도권, 글로벌 진출 용이성 등이 이유다.

SW 업계에서는 공공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국내 클라우드에 SaaS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정부안처럼 CSAP가 개편된다면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공공 클라우드의 경우 그 주체는 행정안전부다. 현행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이용안내서에서는 ‘행정기관등의 장이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국가정보원장이 수립한 국가 정보보안 기본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과도 의견을 통합해야 하는데 기존에는 다소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계에서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반대함에도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디지털 통상’ 문제가 엮여있으리라 전망한다. 지난 3월 미국 무역대표부는 ‘세계 각국별 무역 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CSAP를 두고 ‘선진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문제제기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3년 1월 18일까지 행정예고한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듣는다. 이후 일부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개편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 개편에 기업이 정면으로 반발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CSAP 개편안에 대한 비토 분위기도 형성되는 중이다. 네이버의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위협하는 과기부의 ‘거꾸로 정책’’이라며 정부 개편안에 날을 세웠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국내 기업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정부 개편안에 반대했다.

윤 의원은 1월 16일 ‘바람직한 클라우드 생태계 발전 방안’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새해부터 클라우드 기업과 관련 생태계 종사자들이 바빠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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