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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플랫폼 발전방안’, 뚜껑 열어보니 ‘플랫폼 규제방안’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과기정통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과기정통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 뉴욕구상 발표 후 3개월만에 범정부 합동대책 ’디지털플랫폼 발전방안‘이 공개됐다. 혁신적이고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니 플랫폼 ‘발전’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상 ‘디지털플랫폼 규제방안’이라는 지적이다.

29일 정부는 디지털플랫폼 발전방안 비전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플랫폼 경제·사회 실현’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혁신과 글로벌 ▲자율과 공정 ▲신뢰와 포용 3대 원칙을 세우고, 추진전략과 핵심과제를 공개했다. 이번 범정부 합동대책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참여했다.

문제는 정부가 디지털플랫폼 발전과 규제를 동시에 꾀하기로 하면서, 양립할 수 없는 과제들이 곳곳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번 정책 비전과 대원칙에서 가장 먼저 내세운 ‘글로벌’ 미션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정부는 플랫폼 혁신과 도전을 촉진하는 환경 조성으로 국내 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플랫폼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정부는 “주요국과 달리 한국에는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경쟁력 있는 토종플랫폼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상황과 글로벌 대비 영세한 국내 플랫폼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의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기준 구글 시가총액은 1779조원이지만, 네이버는 28조원 카카오는 23조원에 그친다. 구글의 2% 미만인 셈이다. 검색엔진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이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소셜미디어(SNS) 시장은 글로벌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시기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플랫폼 기업가치 하락 등 시장 성장세가 둔화됐다. 투자시장 위축에 따른 기업의 자금난 심화, 대규모 구조조정 등 플랫폼 생태계 지속 성장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정부는 자율규제 중심 플랫폼 발전방향을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구글‧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비견되는 국내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의지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내 대형 플랫폼을 향한 각종 규제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국내 플랫폼에 날개 대신 규제 칼날을 들이미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이날 정부는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독과점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 등을 통해 거대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와 무분별한 확장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플랫폼의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 해소를 위해 종합적인 법제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일정 규모 이상 데이터센터‧부가통신사업자를 재난관리 의무대상에 추가하고 국민생활 밀접 분야에서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기준 마련하기로 했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자율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를 주요 기조로 삼았다. 하지만,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장애 사태 후 플랫폼 독과점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플랫폼 자율규제 공약 파기 대신 자율규제와 독과점 규제를 동시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9개 추진과제 중 사실상 6개가 규제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라며 “지원안보다 규제안이 더 구체적이다. 규제 완화와 혁신성에 대한 이용자 공감 때문에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었는데, 강화된 규제환경 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해외 빅테크는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형평성 문제도 빠져 있다”며 “빅테크와 중소 플랫폼이 경쟁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에서 대형 플랫폼을 규제하고 관리했을 때 경쟁력이 커질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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