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윤석열정부가 플랫폼산업에 대해 규제 대신 ‘자율’로 방점을 찍었지만, 최근 국정감사를 계기로 야당 중심으로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 언급이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 자율규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작 단계에서, 지난 정권 때 앞세웠던 온플법이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지난 문재인정권 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을 내세우며, 플랫폼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을 차지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맞붙었던 유력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온플법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당선과 함께 정권이 바뀌며 ‘온플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신 ‘자율규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올해 공정위‧방통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이 온플법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나섰다.
박용진 의원(민주당)은 공정위 국감 때 “자율규제의 또 다른 이름은 공정당국 직무유기일 수 있다”며 “정권은 바뀌었으나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공정당국 및 공정위 역할을 깊이 생각하고 법 제정 역할을 충실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강병원 의원(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을 둘러싼 불공정 경쟁으로 규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플법이 발의됐다. 자율규제 논의와 별도로, 공정거래를 확립해야 하는 위원장이 입법을 부정해선 안 된다”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뜻을 모아 법안을 통과하면 어떻겠냐”라고 물었다.
이에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국회 통과를 반대하지 않겠다”고 답하면서 진땀을 뺐다. 그러면서도 자율규제 필요성을 계속 피력했다. 지난달 취임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조성욱 전 공정위원장과 상반된 행보다.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추진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공정위보다는 적극적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자율규제 방향을 정책 기조라고 밝히면서도 “법을 추진하던 입장에서 아쉬운 점 있지만 자율규제를 하되, 향후 시장 실패 및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면 불가피하게 입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현 정권에서 온플법을 재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기업들 사이에서는 플랫폼을 향한 ‘규제’가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율규제 논의 과정에서도 험난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온플법까지 재조명된다면 기업 입장에서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는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갑을 분과 ▲소비자·이용자 분과 ▲데이터·인공지능(AI) 분과 ▲ESG분과 등 4개 분과로 구성된 플랫폼 자율기구를 마련하고 분과별 회의체를 가동했다. 민간 기업과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상생을 꾀하면서도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장기전으로 흘러갈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온플법 또한 시대에 뒤떨어질뿐 아니라 산업 성장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면서도 “수수료를 무조건 낮춰야 한다는 등 시장경제에 반하는 요구사항들이 있어 자율규제 논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율규제 합의안이 법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더 과도할 수 있겠다는 격양된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