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현시점에서 실리콘 액정표시장치(LCoS)가 증강현실(AR) 글라스에 가장 적합하다.”
지난 7일 경기 성남 본사에서 만난 라온텍 김보은 대표(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라온텍은 김 대표가 지난 2009년 설립한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다. 그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선임연구원,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거쳐 창업하게 됐다.
김 대표는 “인티그런트에서 DMB 칩과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를 만들다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 관심이 생겼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LCoS, 마이크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LED 등이 대상이다. 라온텍은 이들 제품을 다 개발했으나 그중에서도 LCoS가 주력이다.
LCoS는 기존 LCD에서 유리 대신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한 제품이다. 웨이퍼에는 회로 패턴이 새겨진다.
LCoS는 LCD와 구동 원리가 유사한 듯 다르다. 우선 공통점은 자발광이 아니어서 레이저 또는 발광다이오드(LED)가 광원 역할을 한다. 광원에서 입사해 수백만개 거울을 통해 반사된 빛이 액정을 통과하면서 크기, 방향 등이 조절된다.
차이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기판이 다른 부분이다. LCoS의 경우 웨이퍼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형화, 세밀화 등을 이뤄낼 수 있다. 웨이퍼 위 드라이버 집적회로(IC), 컨트롤러 등을 미세하게 새기는 반도체 기술로 응용한 결과다.
아울러 LCD는 컬러필터를 통해 색을 나타낸다면 LCoS는 컬러필터 없이 시간 축에서 적색·녹색·청색(RGB) 3개 광원을 순차적으로 표시해 색을 만든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LED는 기술 성숙도가 아직이고 마이크로OLED(또는 OLEDoS)는 소형화가 제한적”이라며 “실제 안경과 가까운 형태가 돼야 하는 AR 글라스에는 LCoS가 적절하다. 광효율이 1% 내외로 너무 낮아 밝기가 낮은 OLED를 사용할 수 없다. LCoS는 수십만 니트 밝기를 낼 수 있어 바깥의 실세계를 투명하게 보면서 가상 이미지를 동시에 보는 AR 글라스에 적절하다”고 말했다.
최근 퀄컴이 AR 전용 반도체인 ‘스냅드래곤AR2 1세대’를 공개하면서 AR 시장에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그동안 가상현실(VR), AR을 넘어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 개념까지 등장했으나 콘텐츠와 전용 디바이스 부족 등으로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중 AR은 게임, 운동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아 퀄컴이 신제품에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퀄컴의 레퍼런스 제품을 보면 평소에 쓰는 안경 수준과 많이 근접했다. 진정한 스마트 안경이 나오면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기서 라온텍의 역할이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LCoS 경쟁사가 없고 라온텍은 외산업체들과 싸워야 하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해외 기업들은 20년 이상 한 곳들도 있으나 라온텍은 세계 최소 크기 LCoS 모듈과 렌즈 왜곡을 보정하고 AR 글라스 착용 시 어지러움을 줄이는 저지연 분야에서 선두주자다. 자체 개발한 LCoS 컨트롤러가 핵심”이라고 이야기했다. 높은 전력 효율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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