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세계의 불만에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럽 등의 불만을 이해한다면서도 법 개정엔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IRA 결함을 인정했지만 미국 정부는 협의로 해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IRA 세부 규정은 연내 발표 예정이다.
2일(현지시각)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보스턴 이동 비행기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IRA 개정을 위해 의회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라며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IRA는 지난 8월 발효한 법안이다. 에너지와 의료 비용 절감 등을 담고 있다. 7400억달러를 투입한다. 세계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에너지 대응에 포함한 전기차(EV) 생태계 관련 조항 때문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EV 보조금을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만들어야 주기로 했다. EV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심지어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도 조달 국가를 제한했다.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제조한 EV와 EV 배터리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세계는 반발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유럽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개했다. EV와 EV 배터리 제조 생태계 위축이 불가피하다. 미국에 공급한 물량만큼 생산처를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 그만큼 국내 산업과 일자리에 악영향이다. 이미 국내 업체의 경우 신규 투자를 미국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이대로 IRA를 강행한다면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했다. 지난 11월 미국과 EU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개별국가 차원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일과 2일(현지시각) 미국 국빈방문을 IRA 비판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미국 정부와 의회에 “EU가 예외를 인정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에 조정이 필요한 결함이 있다”라며 “조정 방안이 있다”라고 달랬다.
장-피에르 대변인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 대한 후속조치를 묻는 질문의 답변이다. ‘우려는 알겠지만 확약은 할 수 없다’는 지금까지 태도와 같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유럽의 우려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라며 “알다시피 IRA는 미국인에게 도움이 되는 역사적인 법”이라고 전했다.
한편 IRA 세부 규정은 연내 확정한다.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요구사항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