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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대형마트 규제완화, 안하나 못하나

사진=이마트.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이마트.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 상반기 유통업계선 대형마트에 이목이 집중됐다. 새 정부 들어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규제, 월 2회 의무휴업 등 규제완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에 주도권을 뺏긴 후 수년째 정체기를 걷던 대형마트는 아직 지켜봐야 할 일이라면서도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상위 3개안을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한 국민투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 정부는 말을 바꾸고 ‘없던 일’로 만들었다. 노동계 반발이 계속되고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대형마트 규제완화 가능성은 점차 사라졌다. 실상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커녕 요일 변경도 여전히 쉽지 않다는 걸 업계와 정부·국회가 모두 확인했다.

그나마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규제 완화 계획에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공정위는 지난 7월 규제개선 과제에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포함했다. 이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정감사장이나 기자간담회, 인터뷰 등에서 이같은 내용을 여러 번에 걸쳐 홍보했다. 그는 온라인 시장 확대 등 변화된 시장구조에 맞게 규제를 완화해 경쟁구도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최근 확정한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에 대형마트 온라인배송 규제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만 심야 온라인배송이 허용돼 경쟁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이나 중소 슈퍼 등 피해를 볼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 충분히 소통해 상생 기반을 만든 후 규제개선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의아한 점은 애초 공정위가 이번 안을 규제개선 과제에 포함 시킬 때부터 온라인과 전통시장 구역 획정을 다르게 했다는 점이다. 즉 이는 대형마트 온라이니 배송규제와 전통시장 보호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당시 공정위는 대형마트 시장 경쟁자는 전통시장이 아닌 쿠팡이나 컬리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이라며,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소형 납품업자 재고소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전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걸 전제로 추진해오다, 다시 이해관계자와 상생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공정위 모습은 업계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공정위는 규제심판 회의에서 온라인 배송 완화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규제심판 회의는 지난 8월 초 한차례 열린 뒤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올해 대형마트 업계에서 변화된 건 아무것도 없다.

물론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규제가 완화됐다고 쿠팡·컬리로 향했던 고객이 되돌아오거나 마트 매출이 급증하는 건 아니다. 다만 온라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꼭 갖춰야 하는 필수 요건이다. 24시간 온라인배송이 가능해져도 마트가 심야시간 근로자 배치나 효율적 배송 시스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여전히 소상공인과의 갈등을 이유로 규제 완화를 연기하는 정부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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