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디지털 산업 관련 법·제도가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가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낸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한덕수 총리 주재 제2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디지털산업 활력제고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3대 분야 12대 규제개선 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2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3개국 가운데 8위를 차지했으나 규제여건은 23위로 한참 뒤떨어져 있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기술의 빠른 변화와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적시에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정보통신공사협회 등 업계 단체와 지자체 등에서 건의한 ▲디지털융합 산업의 활력제고 방안,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효율화 방안, ▲디지털설비 활용 현장 애호 개선사항 등 3대 분야 12개 규제개선 과제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이중 일부는 이미 실증이 진행되고 있거나 입법예고 중인 것도 있다.
전기차 무선충전 주파수 분배와 스마트폰에 UWB 적용
우선 전기 모빌리티, 스마트폰 기반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등 디지털융합 산업의 활력을 제고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한다. 이를 위해 먼저 전기차 무선충전을 위한 주파수를 분배하고, 설비 설치의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은 전기차에 충전플러그 연결 및 카드태깅이 불필요해 전기차 이용자의 편의를 크게 높이고 전기차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그동안 무선충전 용도로 활성화된 주파수가 없어 무선충전 기기의 상용화가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연말까지 전기차 무선충전 용도의 85㎑ 주파수를 공고해 기기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같은 기기라도 설치할 때마다 설치운영자가 받아야 하는 ‘전파응용설비 허가’가 설치운영자의 부담과 전기차 무선충전 산업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전자파 위해도가 낮은 저출력 무선충전 기기부터 단계적으로 제품별 ‘기기 인증제도’로 전환한다. 이후 동일 기기는 한 번만 인증 받으면 이후 별도의 설치허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저전력‧초정밀 초광대역 무선기술(UWB)의 스마트폰 적용으로 IoT 활성화도 추진한다. UWB는 저전력‧초정밀 센싱 등이 가능해 스마트폰과 결합 시 스마트 도어락, 분실물 탐색 등 다양한 IoT 서비스에 활용 가능한 기술로 활용가치가 높다. 실제 UWB 이용 기기는 오는 2030년 18억개로 확대되고, 스마트폰 연동 비중이 65%를 상회할 전망이다.
그러나 UWB 기술은 그동안 항공기‧선박의 주요기기와 주파수 혼간섭 우려가 있어 스마트폰 등 휴대형 기기에서 사용이 제한됐다. 특히 산업계 요구가 높은 ‘대역폭 500㎒ 초과’ 기술은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혼·간섭 우려가 있는 장소에 진입 시 UWB 기능이 자동 차단되는 안전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에서는 UWB 기능을 탑재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한다.
반도체 공장 전파이용장비 검사, 건물단위검사로 개선
또한 반도체 제조시설 등에 적용하는 전파이용장비에 대한 주파수, 전계강도 등의 검사도 건물단위 검사로 개선한다. 기존엔 원칙상 제조공정 중단 후 장비마다 직접 검사를 수행하도록 해 제조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자파 차폐시설을 갖춘 시설에선 장비마다 직접 검사를 하는 대신 공정 중단 없이 건물 단위로 건물 밖에서 일괄적으로 장비검사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에 따른 검사기간도 기존 약 7일에서 1일로 단축되고, 공정 중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돼 반도체 산업의 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LED 조명기기 등에 ‘전자파 자기적합선언제도’ 도입한다. LED 조명기기는 전자파로 인한 위해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제품마다 정부가 지정하는 시험기관의 전자파 적합성 시험을 거치고 등록 후에 출시하도록 했다. 이에 소량·다품종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업계 특성상 시험 및 등록 절차가 기업의 큰 부담이 됐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는 기업 스스로 전자파 적합성을 확인하고 신고 없이 제품 출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자기적합선언 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제품이 신속하게 출시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음5G 주파구 공급 절차 간소화
디지털 경제의 기반인 네트워크 인프라의 고도화를 위해 기술‧환경 변화에 뒤처진 규제도 개선한다. 이를 위해 우선 이음5G 활성화를 위해 주파수 공급절차를 간소화하고, 이음5G 장착 단말기에 무선국 허가의제를 적용한다.
현행 이음5G 주파수 공급절차는 기존 주파수 이용자가 추가적으로 주파수를 요청하는 경우나 기존 주파수 공급사례와 동일·유사한 공급신청에 대해서도 신규 신청과 동일한 복잡한 절차를 적용한 바 있다.
이에 사업용 이음5G 이용자에 대해서는 이음5G 주파수 추가신청 시 절차를 간소화한다. 공공용 이음5G 이용자에 대해선 기존 공급사례가 존재하는 경우 공급절차를 완화한다. 또, 로봇, 지능형 CCTV 등에 장착되는 이음5G 단말기에 대해서도 스마트폰과 같이 무선국 허가를 면제한다.
과기정통부는 사업용(1→0.5개월), 공공용(1년이상→1개월) 주파수의 공급 소요기간 단축과 이음5G의 단말기의 검사 처리기간(약 2달) 절감으로 2030년까지 약 1000개소의 5G 특화망이 구축되고 약 3조원의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광케이블 투자 촉진을 위한 시내전화의 인터넷전화 대체제공도 허용할 예정이다. 시내전화는 인터넷망으로도 서비스가 가능함에도 구리선 기반 서비스(PSTN)만 허용해 구리선 중복설치 및 광대역 통신망 투자 제약이 있었다.
이에 앞으로는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가 신규 시내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인터넷전화로 대체 제공할 수 있도록 해 광대역 통신망 투자를 촉진한다. 오는 2026년까지 약 2500억원의 투자를 전망했다.
지자체 자가망의 공공서비스 활용 허용
스마트도시 확산을 위해 지자체의 자가통신망을 주민 대상으로 하는 공공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지자체는 기간통신사업 등록이 제한돼 자체적으로 구축한 자가통신망은 내부 업무용으로 활용이 한정됐다. 이에 앞으로 지자체가 자가망을 통해 공공 와이파이 및 스마트도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 국민들의 통신복지를 확대한다.
네트워크 구축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수급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과제도 추진한다. 기존 건축사에만 허용되는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의 설계·감리를 정보통신 전문가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특히 그동안 정보통신기술자 '특급 등급'은 실무 경력에 대한 고려 없이 자격증만 고려해서 부여해 왔는데, 이로 인해 기술자 고령화와 인력수급 애로가 초래돼 왔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자의 특급 등급 인정기준을 자격증 이외의 경력, 교육 이수를 종합 고려하도록 개선한다.
기지국 설비 변경 검사, 전수->표본 검사 개선
산업 현장에 불합리하게 작용하는 디지털설비 활용 관련 규제 개선도 추진한다. 먼저 수입 전파부품 등 산업용 기자재가 전자파 적합성 평가 확인 절차로 인해 통관이 지연되지 않도록 한다.
또, 산업 현장에 특수용도로 사용되는 기자재의 전자파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점을 고려해서 전자파 적합성 평가를 면제한다.
무선국 변경검사 방식은 전수검사에서 표본검사로 개선한다. 현재 기지국 설치 후에 받는 준공검사는 표본검사를 적용하고 있는 데 반해 기지국 설비 변경으로 받는 변경검사는 전수검사를 적용해서 사업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구내통신 회선 설치기준도 개선한다. 그동안 오피스텔은 주거용과 업무용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업무용 건축물의 구내통신 회선 수 기준을 적용해 왔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공동주택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만큼 주거용 구내통신 회선 수 기준을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종호 장관은 “디지털산업은 고성장분야로 경제‧사회적 가치 태동의 근간”이라며 “디지털산업 규제의 과감하고 신속한 혁파를 통해 산업 현장의 활력을 제고하고 우리나라가 디지털 모범국가로 나아가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제도가 디지털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규제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행정입법 과제는 최대한 연내 개선하고 국회입법이 필요한 과제도 국회협력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