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논란을 빚었던 게임물 등급분류 심의 제도, 심의위원 전문성 미흡 등 최근 현안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재 게임위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게임위가 넥슨 모바일게임 ‘블루 아카이브’ 등급을 15세 이상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로 상향하면서 등급분류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이용자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이뤄진 점을 문제 삼았다. 정치권에서도 게임위 전문성과 투명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오는 10일 서울 서대문구 수도권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게임이용자 소통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이번 간담회에는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을 비롯해 사무국장, 본부장 등 게임위 관계자 총 6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게임위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직접 해명하고 개선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임위, 등급분류 신뢰도는 이미 추락=앞서 게임위는 지난달 블루 아카이브를 비롯해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등 일부 서브컬처 모바일게임에 연령 등급 재분류를 통보했다. 게임위는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15세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로 등급을 다시 올려 이용자 반발을 샀다.
이용자들은 국민동의청원 사이트를 통해 게임위의 ‘게임물 사전심의 의무’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을 접수했고, 이에 5만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하며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지난달 13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게임위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게임위의 심의과정을 ‘밀실 심사’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상헌 의원실에서 게임위 회의록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게임위에 상정된 게임은 총 3828개다. 그러나 이 중 심의과정에서 위원 의견이 개진된 경우는 227건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민원 내용은 다양했지만, 모든 민원이 심사기준·사후 관리 방법 등 일련의 등급분류 과정에 납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같았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 및 공정하고 투명한 등급분류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게임위는 등급분류 및 게임위 전문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이용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감 당시 김 위원장은 “게임 전문가가 아닌데 게임 등급을 심의한다는 민원이 많다”며 “하지만 꼭 게임개발자거나, 저처럼 20년에서 30년동안 게임에 몸담은 사람만이 게임 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향 등도 이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등급분류 심의를 둘러싼 불공정성, 게임등급 분류와 관련한 회의록 미공개 등 여전히 게임위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 2일 블루아카이브를 비롯한 ‘명일방주’, ‘소녀전선’ 등의 등급 심의 회의 ‘속기록’ 정보공개청구에, 속기록이 부존재한다고 통지한 바 있다.
또,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달 국내업체인 진소프트가 개발한 아케이드 게임 ‘바다신2’에 전체이용가 등급을 매겼다. 해당 게임은 과거 사행성과 환금성으로 큰 논란을 빚었던 ‘바다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외부적으로 흡사하다. 전체 이용가를 받으면 이후 변칙 운영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게임위 해석대로라면 어린이들도 이 게임을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임위는 심사 기준에서는 사행성과 선정성 요소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진소프트가 운영정보표시장치(OIDD) 탑재 및 수정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했기에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분류했다는 설명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논란의 ‘사후관리 시스템’ 입 열까?=현재 게임위에는 이와 별개로 비위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달 말 이상헌 의원실은 게임위의 비위 의혹을 제기하며, 게임위가 게임 이용자 권익보호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감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38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였고, 지난 2019년 외주업체로부터 전산망을 납품받았다.
그러나 이 시스템 중 일부는 정상 작동되지 않고 있다. 또, 외주업체로부터 배상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위는 어떠한 배상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위 의혹이 발생하게 됐다.
지난달 29일 이상헌 의원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게이머들의 국민감사청구 연대 서명을 진행했고,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총 5489명이 현장을 찾아 서명을 완료했다. 이어 이상헌 의원실은 이를 토대로 31일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요청했다. 감사원 직원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담당하는 감사원 국민감사본부 측은 “충분한 검토 기간을 거친 뒤 최종 감사 실시 여부를 밝힐 예정이며, 결정이 난다면 그 이후 담당자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 개시 결정 일정이 언제쯤 될 지에 대해선 지금 확답을 드리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실은 예상치 못한 이유로 진행이 막힐 수도 있지만, 감사 개시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만약 감사가 개시된다면, 해당 감사는 60일 이내에 종결될 예정이다.
게임위는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 문제 경우 감사원에 국민감사가 청구돼 있는 상황이기에, 추가 내용이나 해명 등에 대해서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게임위가 게임 이용자들과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한 방안들을 준비해 기자들에게 보고하는 자리”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