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넥슨 ‘블루아카이브’로 촉발된 서브컬처 게임 관련 등급재분류 논란으로 홍역을 겪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등 14개 기관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먼저, 이날 게임위 등급재분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넥슨 모바일게임 블루아카이브는 학원도시를 배경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서브컬처 게임이다. 최근 일부 이용자는 미성년 여성 캐릭터 노출 등이 블루아카이브 내 캐릭터 일러스트나 콘텐츠에 포함됐다며 선정성 문제를 제기했고, 게임위에 해당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9월 게임위는 사후 조치로, 기존 15세 이용자였던 이용등급을 청소년 이용불가로 상향하는 등급재분류 조치를 내리는 한편 게임 리소스를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넥슨은 이용등급을 상향하고, 틴(청소년) 버전 앱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이용자에게 공지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 이용자들은 이러한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원이 쏟아진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이용등급 상향을 게임사에 권고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의 등급분류를 받아야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게임위와 구글, 애플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등급분류를 한다. 이에 미국과 일본처럼 한국도 게임물 심의를 민간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민 동의진행청원도 등장했다. ‘온라인, 패키지, 콘솔, 모바일 등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의무 폐지에 관한 청원’은 현재 약 4만명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김규철 게임위원장에 “게임 이용자 의견이 의원실로 쇄도하고 있어 이번 사안을 살펴봤는데, 모든 불만에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심의 기준부터 사후관리 등 게임위 등급분류 과정을 이용자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데 게임위의 등급분류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최근 일주일 동안 10년치 민원이 한꺼번에 몰렸다”며 “게임 전문가가 아닌데 게임 등급을 심의한다는 민원이 많다. 하지만 꼭 게임개발자거나, 저처럼 20년에서 30년동안 게임에 몸담은 사람만이 게임 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개선 방향을 고민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게임 심의 등에 대한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수년째 나오고 있지만, 게임위가 계속해서 심의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무시한 것도 이번 논란을 키운 원인”이라며 “위원회 스스로의 편의를 위한 등급 기준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회의록 공개는 절차에 따라서 꽤 공개하는 편이지만, 그게 부족하다면 다른 방법도 검토해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와이푸(옷벗기기 게임) 논란이나 블루아카이브 같이 무슨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게임위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며 “게임위에선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지난 2020년부터는 교육 개수가 줄었고 교육 시간도 반 넘게 확 줄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지적에 “자체등급분류 사업자가 이용등급 표기를 잘못해 게임위가 재등급 분류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한다”며 “내부적으로도 (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용호 의원(국민의힘)도 지난 2018년 출시된 모바일 생존 게임 ‘어몽어스’가 각 앱 마켓마다 이용등급이 다르게 표기돼 있다는 사례를 들며, 등급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대한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의원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 등급분류 결과. 어몽어스는 구글플레이에서 만 7세 이상, 앱스토어는 9세 이상, 닌텐도는 15세 이상으로 나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이용자로 하여금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게임위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게 모든 게임 등급분류를 전적으로 맡기지 말고, 잘못 분류한 업체에 대해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을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