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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이건희 회장 2주기…그가 걸어온 길은

- 27년간 삼성 이끈 이 회장…제품력은 ‘빛’ 무노조 경영은 ‘그림자’
- 이재용의 삼성, GOS 사태·세탁기 불량 등 아쉬움 남겨…준법 경영은 ‘진일보’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2년이 지났다. 이 회장은 1980년대부터 27년 동안 삼성을 지휘하다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지난 2020년 항년 78세로 타개했다. 생전 이 회장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오늘날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회장의 빈자리를 어떻게 다지고 있을까.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등 유족, 일부 사장단은 경기 수원 선영에서 이 회장 2주기 추모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식 추모 행사 대신 사내 게시판에 온라인 추모관을 열어 운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보다 질’ 강조…설탕·밀가루 회사→반도체·휴대전화 기업=
1942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1965년, 1966년 일본 와세다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1968년 말 동양방송 이사로 삼성 조직에 발을 들인 후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87년 삼성그룹의 선대 회장인 故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후 46세의 나이로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이 회장은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삼성은 설탕과 밀가루, 라디오, TV를 생산하던 회사에서 반도체·휴대전화 기업으로 거듭나는 과도기 시기였다. 이 회장은 기업 쇄신을 위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내보였다. 당시 이 회장은 ‘양보다 질’을 강조하며 “질을 위해서라면 양을 희생해도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인스톱제·휴대폰 화형식…오늘의 삼성은?=
이 회장의 양보다 질 경영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는 ‘라인스톱제’ ‘휴대폰 화형식’이 있다. 라인스톱제란 생산 현장에서 불량품이 발생하면 즉시 가동을 중지하고 문제점을 해결한 후 재가동하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애니콜’ 불량률이 12%에 달하자 경북 구미공장에서 불량품으로 구분된 제품 15만대를 임직원이 보는 앞에서 불태우기도 했다. 두 사건은 삼성의 불량률을 줄이고 제품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질을 우선시하는 이 회장의 경영 전략은 오늘날 삼성전자에 교훈을 던진다. 최근 제품력에서 삼성전자가 아쉬운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출시한 ‘갤럭시 S22 시리즈’의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으로 홍역을 겪었다. 지난 여름에는 드럼세탁기 강화유리 파손으로 일부 제품 리콜을 결정하기도 했다. 낮은 질을 용납하지 않았던 이 회장의 결단력을 되새김할 시간이다.

◆무노조 경영 폐기 이후…창사 후 첫 노사 임금협상 이뤄=
빛 뒤에는 그림자도 있다. 2008년에는 편법 경영권 승계 혐의, 비자금 의혹 등으로 기소와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선 후 2년 뒤 복귀했다.

노동 문제 역시 잔존했다. 이 회장은 회장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이 선대회장부터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다. 무노조 경영 원칙은 이후 노조 와해 사건 등으로 번졌고, 2020년 이재용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이 부회장 역시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기소됐다. 지난해 가석방됐지만 5년간의 취업제한이 부과됐다. 올 5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이 확정됐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의 쇄신을 위해 준법 경영을 앞세웠다. 이 부회장은 2020년 5월 준법 경영을 선포하며 ‘4세 승계 포기’를 공식화했다. “더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무노조 경영 역시 폐기했다.

현재 삼성전자에서는 4개의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올해 8월 삼성전자 공동교섭단과 사측은 ‘2021-2022년 임금협약’ 체결했다. 1969년 창사 이래 첫 임금협약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이 회장의 무노조 경영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하다. 이 부회장은 여전히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생전 풀지 못했던 숙제인 무노조 경영 등을 이 부회장이 상당 부분 해결했다”라면서도 “앞으로 준법 경영은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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