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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오징어게임'만 살아남는 저작권법 “이러다 다 죽어”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최근 국회에선 저작권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됐다. 이미 지식재산권(IP)을 양도한 감독·작가 등 영상물 저작자가 이를 최종 제공하는 방송사·극장·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예컨대 ‘왕좌의 게임’ 작가와 감독이 이미 대가를 받고 IP를 양도했더라도, 해당 작품을 유통 중인 모든 플랫폼에 돌연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넷플릭스의 IP 독점 계약방식이 화두에 오른 가운데 이 법안은 그 연장선상에서 마련됐다. 넷플릭스는 제작사로부터 IP에 대한 구매대금을 지불하는 '프리바이(Pre-buy)' 계약 방식을 채택해왔다.

이 경우 제작비부터 해외에서의 마케팅·더빙 작업 일체를 넷플릭스가 책임지지만, 저작자는 흥행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어 창작자들의 의욕을 상실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법안은 IP를 넘기더라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이를 최종 제공하는 자에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창작자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 형태가 ‘보상청구권’이어야 하냐는 부분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법안은 콘텐츠 생태계 구성원 가운데 오직 ‘창작자’만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의 통과되는 경우 가장 먼저, 콘텐츠에 대한 제작사의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상 영상저작물은 제작자에 귀속되는 가운데, 흥행 성공에 따른 수익 뿐 아니라 실패에 따른 리스크도 감독 및 작가가 아닌 제작사가 책임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사가 이들에 대한 보상금도 떠안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콘텐츠 투자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오징어게임이 국내 제작사로부터 외면받았던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되기는커녕, 장기적으로 유사 사례가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의 다양성도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보상 가이드라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콘텐츠의 흥행 성공 여부가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오징어게임과 같은 작품 외 교양프로그램 등 상대적 비인기 장르는 외면받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창작자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방송사·극장·OTT가 보상금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고려해 콘텐츠 구매비용을 낮게 부를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창작자가 보상금 마저 받지 못한다면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점들로 인해 현재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국감용 졸속법안이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모 의원실은 이런 우려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선 시장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의견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으로 일부 장르 그리고 일부 창작자만 살아남는다면 그 시장을 안정된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창작자만이 콘텐츠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아니다. 콘텐츠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이 모여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위한 법안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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