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유료방송사의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과거 콘텐츠 유통에 집중했던 유료방송사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 가운데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자연히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 역시 늘었다. 다만 수익모델은 과거와 그대로 가져가며, 콘텐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OTT를 비롯한 케이블TV(SO)·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사의 경쟁력 확보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미디어 시청 행태가 최근 몇 년간 크게 바뀌었다. 플랫폼 기반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시청자는 TV에서 모바일과 PC로 옮겨갔다. 자연스럽게 TV 광고 시장도 작아졌다.
TV 광고를 수익원으로 삼았던 IPTV 역시 비상이 걸렸다. 지상파·SO와 비교해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익을 올릴만한 다른 마땅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IPTV는 어드레서블 TV(Addressable TV) 광고를 새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어드레서블 TV 광고를 통해 침체된 TV 광고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 '너만을 위한 광고' 어드레서블 TV 광고…위축된 TV 광고 시장서 '주목'
27일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PTV 3사는 지난해 8월 어드레서블TV 광고 통합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고, 현재 MBC와 EBS 등 지상파와 일부 MPP 채널에서 어드레서블 TV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셋톱박스 시청 이력 등 비식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기법이다. 동일 시간, 동일 채널이지만 가구마다 서로 다른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키즈채널을 자주 틀어놓는 A씨의 TV에서 장난감 광고를, 먹방(먹는방송)을 즐겨보는 B씨의 TV에선 같은 시각 음식 광고를 나오게 할 수 있다.
이런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최근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을 타개할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PC 및 모바일 광고 시장의 성장에도 이용자의 검색 및 접속 기록을 기반으로 한 타깃(Target) 광고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주의 입장에서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불필요한 TV 광고 집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광고를 몇 번 송출했는지와 무관하게, 실제 시청자의 노출량을 기준으로 요금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가격도 합리적이다.
시청자에게도 광고에 대한 피로도가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청자와 관련성이 높은 광고를 노출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소통의 수단으로써 광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영국 방송사 SKY의 조사 결과 어드레서블 TV 광고를 건너뛰기 위해 채널을 돌리는 행위는 기존 TV 광고보다 약 48% 적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IPTV업계 관계자는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플랫폼에게만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모델(BM)이 아니다”라며 “기존 광고 집행 주체인 콘텐츠 사업자들과 수익배분(RS)하게 되므로 어드레서블 TV 광고 시장이 정착하는 경우 콘텐츠 생태계도 함께 강화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 모바일·PC 광고 보다 경쟁력은 '글쎄'…제조사도 경쟁자
현재 통신3사는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고도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IPTV 광고 시청 중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양방향 광고 등 연계 상품도 구상 중이다.
다만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아직 도입단계로, 성공 여부와 관련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현재 광고 집행의 주체는 지상파와 PP로, 이들이 광고에 대한 주도권을 IPTV에 넘길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존 모바일·PC 광고와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광고 시장의 중심축이 이미 모바일과 PC 쪽으로 기울어진 가운데 기업마다 광고비는 한정된 상황에서 광고주는 당연히 더 많은 고객들에게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애플·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의 커넥티드TV(CTV)도 IPTV의 잠재적 경쟁 상대다. CTV는 셋톱박스 없이도 인터넷만 연결하면 콘텐츠를 시청 가능한 TV로, 국내에선 스마트TV로도 불린다. CTV 보급률이 높아지는 경우 셋톱박스 기반의 어드레서블 TV 광고의 상품 가치가 떨어질 뿐 아니라 애플·삼성전자의 경우 모바일과 연계한 광고 상품을 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해외에선 이미 커넥티드 TV(CTV)가 소비자패키지상품(CPG) 광고를 주도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비디오 광고 플랫폼 이노비드(Innovid)는 2021년 기준 전체 CPG 광고 가운데 절반 이상(52%)이 CTV를 통해 노출된됐다고 밝혔다. 같은기간 모바일과 PC를 통한 CPG 광고 노출 비중은 각각 37%, 11%였다. 물론, 콘텐츠사업자가 아닌 제조사가 시청자를 확보할 만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 혹은 수급할 수 있을지는 변수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IPTV가 기존 모바일·PC와 어떤 차별화된 광고 상품을 가져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광고주가 방송광고 시장에서 콘텐츠의 내용과 연결된 광고를 집행했다면 현재 IPTV는 개인 맞춤형 광고를 선보이려고 하고 있다. 콘텐츠 단위의 광고모델을 포기하고 방송시장이 변화할 수 있을까 싶다”고 우려하며 “시청자의 인구 통계학적 정보를 가지고 콘텐츠사업자와 얼마나 납득 가능할 만한 상호간의 간의 계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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