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이 주력이던 화웨이가 디지털혁신(Digital Transformation) 사업으로 영역 확장을 가속하고 있다. 폭발적인 디지털 수요에 주목한 것일까? 아니면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계속되는 탓일까. 어쨌든 화웨이는 새 먹거리가 필요했고, 승부수를 띄웠다. 바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세계 클라우드(퍼블릭) 서비스 시장은 2020년 3120억달러(약 435조원)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화웨이는 2010년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제재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8.6% 감소한 가운데,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34% 성장을 달성했다. 화웨이가 클라우드 시장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글로벌 영향력이다. 중국에선 알리바바 다음으로 많은 점유율을 확보한 화웨이지만,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기업에 밀려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선 5위에 불과하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화웨이가 주목한 곳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이다. 신진시장인 아태 지역은 디지털 수요가 팽창하고 있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바로 화웨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이다.
아태 지역을 겨냥해 현지시간 19일부터 21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화웨이커넥트 2022’를 관통하는 키워드도 다름 아닌 ‘클라우드’였다.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행사의 포문을 연 기조연설을 통해 “디지털 스마트 기술이 미래이며, 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 클라우드를 수용해야 한다”며 “화웨이는 기업이 단순히 클라우드 도입을 넘어 클라우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 핑안 화웨이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네시아와 아일랜드에 화웨이 클라우드 신규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 묶음)을 각각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전세계 29개 지역에 75개 가용 영역을 운영해 170여개 국가와 지역에서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화웨이는 240여개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5만개 이상의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화웨이의 최신 기술과 솔루션이 소개된 전시장 현장에서도 돋보인 것은 클라우드였다. 화웨이는 전시장 곳곳에 클라우드 관련 전시부스를 내세웠다. 전시장 전면에 배치된 ‘풀스택 데이터센터’ 전시부스에서는 고밀도·고효율의 전력시스템과 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관리 시스템 등이 강조됐다. 화웨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신약 개발을 위한 납 화합물 식별 작업 시간을 단축한 사례, 마찬가지로 화웨이 클라우드를 사용해 1년 만에 은행 시스템과 서비스 전체를 개발한 그린링크 디지털 은행 사례 등도 소개됐다.
클라우드를 포함한 디지털혁신 지원을 위해 화웨이는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디지털 생태계 개발을 지원하는 데 3년간 3억달러(한화 약 4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일환이다. 화웨이는 글로벌 파트너들을 위해 ▲디지털 전환 컨설팅 및 플래닝 ▲제품 및 포트폴리오 전문성 ▲솔루션 개발 등을 지원하는 ‘화웨이 임파워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오는 2026년까지 ICT 인재 5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제프 왕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홍보 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연결하고 차세대 인재를 구축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화웨이는 이미 아태 지역에서 70곳 이상의 스타트업을 지원했고, 17만명에게 디지털 기술을 교육했다. 화웨이 ICT 아카데미와 화웨이 공인학습파트너(HALP)를 통해 인재 풀도 구축한다.
화웨이는 글로벌 ICT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로 매년 ‘화웨이커넥트’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화웨이커넥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던 행사가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게 됐다. 그동안 화웨이커넥트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돼 왔으나 이번에는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프랑스 파리-중국 선전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투어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