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통과로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는 등 한국 자동차업계의 피해가 유독 큰 상황에서 자국 이익과 보호무역주의를 지나치게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국내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특히 '경제가 곧 안보'인 시대에 미국이 동맹국들에 경제적 타격을 주는 정책 결정을 강행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러몬도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대만 반도체업체인 글로벌 웨이퍼스(GlobalWafers)가 미국에 제조 시설 투자를 결정하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초 글로벌 웨이퍼스는 지난 2월 독일에서 50억 달러(한화 약 7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확장 계획을 포기하고, 대체 투자처로 한국을 1순위로 고려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파악했고, 러몬도 장관이 직접 지난 6월 글로벌웨어버스 최고 경영자인(CEO)와 1시간 가량 통화해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글로벌 웨이퍼스측은 '미국측에서 보조금을 받지못하면 건설 비용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한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조건을 걸었고, 이에 미국이 지원을 약속함으로서 결국 미국으로의 투자가 최종 결정됐다.
러몬도 장관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미국 중심의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이며 또한 미국이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기술 지배력을 가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관련 뉴스에 '동맹국에 앞서 자국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뒷통수 그만 맞아라', '자유무역을 강조하던 미국이 이런 방법까지 동원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 그만큼 위기임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진영을 넘나들며 실리적 외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반면 '대만이 한국에 7조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겠다고 한 것 자체가 먼저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미국에게 많은 보조금을 받아내기위해 한국을 이용한 게 아닐까'라며, 대만이 미국을 오히려 역이용한 것이라고 추론하는 견해도 있다.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면서, 기업 뿐만 아니라 국가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전략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모습이 더욱 빈발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