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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무임승차방지법]① 유럽도 주목…세계최초 韓에서 탄생하나

전세계적으로 CP 등 빅테크기업의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논의가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에 이어 유럽연합과(EU)과 미국도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다. 국내에선 이미 지난 2020년부터 CP가 합법적으로 망 이용료를 부담하는 법안이 6건 발의돼 있다. ISP의 착신독점력 무력화, 글로벌 테크 대비 협상력이 열위에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모아졌다. 다만 현재 여야의 대치로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망무임승차방지법이 나온 배경과 진행과정, 향후 전망 등을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거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를 제지할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원조는 한국이다. 현재 진행 중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법정공방과 함께 지난 2020년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CP 등 빅테크의 망 비용부담을 의무화하는 총 6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양사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국회까지 나서 입법을 추진 중인 이유는 넷플릭스, 구글 등 거대 공룡 CP 서비스가 차지하는 국내 인터넷 트래픽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이들이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매년 수백억의 망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는 국내 CP사와의 역차별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지난해 11월엔 넷플릭스 본사 임원이 국회 및 정부부처를 방문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행보를 보였으나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이용한 해결책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여전히 망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국회를 방문한 넷플릭스 임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1월 국회를 방문한 넷플릭스 임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유럽·GSMA도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논의 본격화

현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망무임승차방지법안은 총 6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정보통신망 서비스 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거나 부당한 계약 체결 거부 또는 부당한 계약 강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일정 규모 이상 CP들의 망 무임승차를 막는 내용이다.

2020년 12월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시작으로 2021년 7월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같은해 11월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 12월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이어 올해 4월 박성중 의원(국민의힘)까지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에 제동을 걸었다.

이같은 CP의 망 무임승차 논의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전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빅테크의 망 사용료 부담 문제는 유럽에서도 논쟁적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1월 도이치텔레콤, 보다컴, 텔레포니카 등 13개 유럽 주요 통신사 CEO들은 처음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의 유럽의 통신 네트워크 점유가 커지는 만큼, 관련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어 올해 초엔 유럽통신네트워크운영자협회(ETNO)는 빅테크 기업이 망 사용료로 200억유로를 분담하면 EU 전체 경제에 700억유로상당의 파급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비용을 언급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실제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 자체 조사 결과, 구글과 넷플릭스, 메타 등 소수의 글로벌 CP 트래픽이 전체의 55% 이상을 차지해 연간 50조원 내외의 비용이 발생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 초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3개국 정부가 EU 집행위원회에 망 사용료 분담 차원에서 빅테크들이 유럽의 통신 설비 업그레이드 비용을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라고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글로벌 CP에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법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럽 통신사 뿐 아니다. 전세계 최대 통신사업자 협의체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내달 말 멕시코에서 주요 참여사 간 회의를 열고 빅테크의 망 투자비용 분담안을 논의한다. 앞서 GSMA는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함께 이사회를 개최하고 CP의 망 투자비용 부담안을 논의한 바 있다.

◆CP 망 투자비용 부담 방안도 논의…“직접 비용 부담이 적절”

다만 CP의 망 투자비용 지급과 관련해선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CP가 통신사에 직접 망 투자비용을 내는 안과 함께 정부가 주도해 관리하는 망 관리기금 설치와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안 등 간접적 분담 방안도 제시된다.

하지만 액슨보고서에 따르면, 망 이용에 대한 CP의 공정하고 적정한 비용 부담을 위해선 직접적인 비용 부담이 더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기금조성이나 디지털세와 같은 간접적인 부담 방안의 경우, 겉으로 보기엔 중립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세팅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기금 조성의 경우, 기금 조성 자체가 본질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다른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으며, 디지털세 부과의 경우 유럽은 물론 국제적으로 부과 목적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모든 CP가 아닌 트래픽양과 매출액,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으로 망 비용 부담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넷플릭스나 구글 등 소수의 CP로부터 발생하는 트래픽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이들이 통신사업자의 추가적인 망 투자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모든 CP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보상 방안 마련 및 감독이 어렵다. 특히 대형 CP일수록 높은 협상력 등을 바탕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을 찾을 우려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CP들이 국내 ISP와의 자율적 협의에 의한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결국 입법적 방법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발의돼 있는 망무임승차방지법은 공정하고 동등하게 정보통신망 이용을 보장하고, 과도하게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에 대해 적절한 비용을 분담하도록 해 ISP와 CP 간 상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망 무임승차를 방치할 경우, 현재 정상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외 CP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며 국내 ISP의 투자재원 축소가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이는 인프라 고도화에 차질을 초래하고 결국에는 국내 일반 이용자들과 CP들만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도 요구된다. 망 이용대가 논쟁을 단순히 기업 간 갈등으로 보기보다 글로벌 CP에 대한 국내 ISP의 협상력 열위 문제로 직시하고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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