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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원맨 아닌 원팀쇼

- 업계, 세계 곳곳에서 민간 외교관 수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전기차 제재를 법제화하면서 양국 갈등은 극에 치닫고 있다. 2개 부문에서 두 나라와 밀접한 관계인 한국은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코로나19 재확산 등 여파로 세계적인 경기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다.

혼란의 시기에 주요 반도체·전기차 업체들은 정부 지원보다는 개인기를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자 정의선 회장이 지난 23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당분간 뉴욕과 워싱턴 등에서 머물면서 현지 정·재계 인사를 만나 IRA에 대한 면담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복권 전후 미국과 유럽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반도체 및 배터리 사업 파트너와 공급망 이슈 등을 논의했거나 예정이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사 사장단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법적 문제, 지정학 이슈 등은 산업계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부분.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 대응은 아쉽다. 의견 취합과 전달은 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회사에 파장이 큰 IRA 관련해서는 전조증상이 있었음에도 ‘(미국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놀랐다’는 무책임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가입을 두고도 명확한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미국 압박과 중국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내 기업들과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반도체 지원법이 입법 단계에서 정체되는 등 주요국 대비 투자 환경 조성이 미비한 점도 부정적이다.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고 일련의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모처럼 대표 기업과 협회가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이를 계기로 특정 기업 총수의 ‘원맨쇼’가 아닌 정부가 말한 ‘원팀’을 이뤄 국가적 경제 현안을 풀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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