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카카오모빌리티는 매각 위기를 면했지만, ‘상생’과 ‘성장’이란 큰 숙제가 남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각을 피하고자 카카오에 제출한 동반성장안을 통해 혁신, 성장, 동반, 공유 네 가지 가치를 내세웠다. 상생을 위해 사회갈등 봉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과 글로벌 진출 등 성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철회를 발표한 지난 18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크루(임직원)들이 참여한 올핸즈 미팅에서 상생안을 발표하면서 혁신, 성장, 동반, 공유 각 키워드에 대해 설명했다.
류 대표는 “기술로 기존 시장 문제를 해결해 이동 혁신을 만들고, 기업으로서 정당한 수익성과 사회와 지속 성장을 추구하겠다”라며 “기존 산업 생태계 참여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우리가 보유한 자산이 사회에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와 기술, 철학을 적극 공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업 추진 원칙과 기준도 제시했다. 이용자의 실질적인 후생 증진이 없는 시장진출을 하지 않고, 공급자(택시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의 수익 및 업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규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것이 류 대표 설명이다.
류 대표는 “공급자 간 출혈 경쟁을 유도해 플랫폼이 이득 보는 비즈니스모델을 하지 않겠다”라며 “기존 전통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 생태계 구축형 플랫폼의 철학과 지향점을 뚜렷하게 하고, 이 기준에서 향후 사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일부 임직원은 상생과 성장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민간기업인데, 상생 부담 때문에 사회적기업을 지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류 대표는 지난 5년간 상생과 성장을 해 왔었다는 사실을 크루들에게 되새겼고, 사업 추진 원칙과 기준을 지키면서 성장 전략을 면밀히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각논란 이전부터 상생 키워드를 강조해 왔다. 지난 4월 류 대표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안타깝게도 플랫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중에 콜 몰아주기와 골목상권 침해 같은 이슈들이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에 책임을 통감하며, 신뢰 기반 상생 및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방안을 고민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5년간 500억원 규모 상생 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종사자 수익개선을 취한 직접적 추가 수익 배분에 370억원 기금을 집행한다. 모빌리티 종사자 근로환경 개선에는 80억원을 투입한다. 중소 사업자 상생을 위해서는 50억원을 사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모빌리티는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해 상생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국내에서 갈등을 줄이려면 해외로 눈을 돌리면 된다. 이는 카카오 전략과 맞닿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올해를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 하나로 전세계 120개국 이상 국가 각 지역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일본,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만 진행했던 해외 로밍 서비스를 확대해 카카오T 앱 하나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해당 국가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한 해외 이용자를 위한 카카오T 앱 영문 버전 플랫폼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해외 플랫폼사들과 협력을 모색한다. 플랫폼을 넘어 기술과 인프라 등 모빌리티 전반의 영역에서 해외 시장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글로벌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와 제휴해 카카오T 앱 모빌리티 로밍서비스를 국가별로 순차적으로 오픈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자율주행과 UAM 등에서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처음으로 UAM을 위한 민·관·군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부산시 ▲LG유플러스 ▲LG사이언스파크 ▲GS건설 ▲GS칼텍스 ▲제주항공 ▲파블로항공 ▲해군작전사령부 ▲육군제53사단 ▲한국해양대학교 ▲부산시설공단 ▲부산테크노파크 등 13개 기관이 참여했다. 오는 2026년까지 물류·관광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다양한 실증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관련해서도 업무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기업 라이드플럭스와 자율주행 서비스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카카오모빌리티 ▲라이드플럭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친환경스마트자동차연구센터가 참여했다. 이들은 여객·물류 등 실생활 이동 수요에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해 실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기이륜차 개발 관련 투자도 감행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동모빌리티에 100억을 투자하고, 모빌리티 사업 전반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동모빌리티는 농업기계 제조기업 대동의 자회사로, 배터리 전기이륜차 및 전동휠체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주차 관제 시스템 업체 인수에 이어 지난 6월 주차 전문 운영사 GS파크24를 통해 주차 사업 성장 발판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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