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의원, 8일 게임업계에 ‘프로모션 계정 명확 표시’ 제안 -“이용자, 프로모션 계정 대해 기만으로 여겨…게임사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엔씨소프트를 중심으로 ‘프로모션 계정’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프로모션 계정이란 일반적으로 게임사가 광고를 목적으로 인터넷 방송인(BJ)들에게 후원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이는 게임사가 신작을 알리거나 꾸준한 인기 유지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에 광고를 맡겼음에도 ‘리니지2M’에서 기만하는 한 BJ의 플레이에 이용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러한 가운데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게임사들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관련 조치를 요구했다.
이상헌 의원은 8일 “게임 내 캐릭터 아이디 등에 프로모션 계정임을 명확하게 표시하자”며 게임사 선제 조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프로모션 계정은 예컨대 게임사가 유명 BJ(1인 방송인)들이 방송에서 자사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계약을 통해 광고비를 지급한다. 곧 출시 예정인 게임은 프로모션 계정을 아예 게임 내 시스템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초기 프로모션 계정은 몰래 하는 ‘뒷광고’ 형식으로 진행됐다. 유튜브 등에서 ‘내돈내산’ 콘텐츠가 뒷광고였음이 밝혀져 논란이 커졌을 당시, 광고임을 알리는 ‘숙제방송’ 이름으로 바뀌었다. 숙제방송은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BJ의 경제활동 수단으로 인정받는 추세였다.
보통 프로모션 계정 유형은 ▲특수 능력, 장비가 있는 슈퍼계정 ▲결제한 비용을 되돌려 주는 페이백 ▲일정 방송 횟수를 채우면 광고비를 지급하는 숙제방송 식으로 나뉜다. 앞의 슈퍼계정과 페이백은 게임 내 큰 논란이 일어날 수 있어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숙제방송 방식이 주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인 게임에서의 숙제방송이다. 특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 경우 게임 내에서 다수 이용자가 경쟁하게 된다. 이때 게임사 광고비를 받은 이용자와 일반 이용자가 경쟁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엄청난 과금을 유도하는 일부 게임의 경우 격차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게임사로부터 후원받은 계정을 이기기 위해 일반 이용자가 더 돈을 쓰게 된다.
이상헌 의원실이 게이머 여론을 조사한 결과 “프로모션 계정인지 모른 채 이길 수 없을 경쟁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 문제”, “게임 특성상 프로모션 계정과 경쟁하게 되는 것은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게임사가 의도적으로 과금을 유도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음” 등 다양한 의견이 취합됐다. 또, “적어도 게임만큼은 현실과 다르게 공정하게 플레이하고 싶다”, “프로모션 계정을 금지해 달라” 등 의견도 나왔다.
현재 프로모션 계정을 이용한 홍보방식은 법률상 불공정광고(거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뒷광고인 비밀 프로모션은 현행법으로도 규제 대상이 되고 있으며, 홍보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그 도가 지나칠 경우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해 게임 자체의 수명을 게임사 스스로 갉아먹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
이에 이상헌 의원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법리검토와 이용자 여론 파악을 통해 게임사들에게 ‘게임 내 프로모션 계정 표시’를 제안했다. 일반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일례로, ‘게임 내 프로모션 계정 표시’는 플레이 중인 캐릭터 계정에 후원 사실을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이다. 표시 범위는 회사와의 계약을 기준으로 한다. BJ가 A게임사의 B게임 광고를 목적으로 후원 받았을 경우, A게임사의 C게임 계정에도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헌 의원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게임 내 이용자 캐릭터를 가장한 인공지능 캐릭터에도 표시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와의 경쟁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는데, 상대방이 알고 보니 인공지능 캐릭터였다면 헛된 돈을 쓰는 게 되어서다.
이 의원은 “이용자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 사례처럼 프로모션 계정 규제 논의를 시작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게임사들의 선제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