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윤석열 정부로 들어서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둘러싼 규제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플랫폼 독과점 등에 주목해 강력한 규제를 시사했던 이전 정부와 달리, 기업 혁신 활성화를 위해 자율규제로 방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진흥 성격을 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플랫폼 주무부처 역할을 차지할 지 시선이 모아진다.
과기정통부 이종호 장관<사진>은 지난 22일 디지털 플랫폼 기업 대표 및 전문가들과 만나 “과기정통부는 범정부적인 플랫폼 정책 추진과정에서 플랫폼 생태계 내 혁신과 공정이 조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부처 디지털플랫폼정책협의체 논의를 거쳐 자율규제기구 설립‧지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연내 디지털플랫폼발전전략을 발표하겠다는 구상이다. 범부처 디지털플랫폼정책협의체에는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특정부처가 전담하는 방식 대신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동안 온라인플랫폼 규제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던 이전 정부 때를 돌이켜보면 과기정통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비교해 ‘진흥’에 가깝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플랫폼정책포럼을 통해 충분한 논의 없는 입법 일변도 규제 도입을 지양하고 업종별 자율규제 기반 조성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온플법으로도 불리는 온라인플랫폼 규제안은 ▲공정위에 권한을 위임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하 공정화법, 공정위 정부안) ▲방통위에 권한을 부여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이하 이용자보호법,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으로 나뉘어 각각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과기정통부가 온플법 당정회의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판한 이유도 무조건적 규제보다 플랫폼 사업자의 긍정적 측면을 호소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컸었다.
그동안 산업계는 온플법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플랫폼 규제 권한을 차지하기 위한 성급한 법 제정으로, 국내 기업 성장성을 막는다는 우려에서다. 공정화법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뿐 아니라 쿠팡,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을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해외 거대 플랫폼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등과 견줄 수 있도록 키우지는 못하고, 규제로 옭아매고 있다는 목소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 수립을 선언했던 만큼, 새 정부에서 온플법 힘은 약해졌다. 온플법을 강하게 추진했던 조성욱 공정위원장도 교체를 앞두고 있다. 물론, 공정위는 최근 정부부처가 온플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변화된 기조는 드러나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위한 미·EU 입법 쟁점 토론회’에서 선중규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거대 빅테크가 장악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토종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지고 경쟁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업종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어 규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공정거래법으로 거래 불공정이나, 경쟁 시장의 불공정성 등을 다룰 수 있어, 미국처럼 직접적인 규제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독과점 기업 진입장벽 강화, 부당한 경쟁제한 전략에는 공정거래법으로 엄정하게 집행하되, 이해관계자 간 이슈는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또한 자율규제 중심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사실상 온플법은 폐기 수순이지만, 남은 건 국회 결정뿐이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정부부처들이 새 정부 자율규제에 발맞추는 상황에서, 플랫폼 산업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한편,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법 개정은 범부처 협의체에서 논의할 계획”이라며 “관련 법은 온플법처럼 규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지원에 필요한 부분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