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SK텔레콤이 8월1일자로 2G 회선을 최종 해지했다. 이로써 한때 SK텔레콤을 대표하던 ‘011’를 비롯한 ‘01X’ 번호가 역사 속에 남게 됐다.
해외에서는 2G 뿐만 아니라 이미 단계적으로 3G 서비스까지 중단키로 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2G 종료를 시작으로 3G 서비스 종료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날 자정부터 2G 회선을 일괄 해지했다. SK텔레콤 01X 번호는 관련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반납된다. SK텔레콤 2G 회선은 올해 5월말 기준 10만8827명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남아 있던 2G 회선들은 대부분 ‘장롱폰’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존 통신사 2G를 포기하고 다른 통신사로 갈아탔거나 하는 경우 통계에선 기존 통신사의 2G 회선으로 여전히 남아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지난 2020년 6월12일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종료 신청 건을 최종 승인했다. SK텔레콤은 2G 장비 노후화 및 부품 부족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같은해 7월부터 순차적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했고, 7월27일 서울 지역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
SK텔레콤은 서비스 종료에 따른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2G 서비스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3G·LTE·5G 서비스로 변경 시 휴대폰 가격 지원 및 월 요금 할인 등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도 지난 7월26일 종료됐다.
2G 서비스 종료에도 01X 번호를 사용하길 원하는 일부 이용자들의 반대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마저 가라앉은 분위기다. 01X번호 사용자 모임인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최근까지 개인정보 가처분신청 소송을 진행했으나 지난달 기각됐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6월말 2G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내년 2G 회선을 해지할 방침이다. SK텔레콤과 동일하게 전환 프로그램을 2년간 실시 끝에 지난 6월29일 종료했다. LG유플러스 2G 회선 수는 올 5월말 기준 4만6642명이다. KT는 지난 2011년 일찌감치 2G 서비스를 종료해 남아 있는 회선이 없다.
미국·일본 등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2G에서 한발 더 나아가 3G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 통신사업자 AT&T는 지난 2월 3G 서비스를 중단했고, T모바일도 7월부터 3G 서비스 종료를 시작한다. 버라이즌 또한 연내 3G 서비스 종료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의 도이치텔레콤이 지난해 3G 서비스를 종료했고, 일본 이동통신사도 3G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러나 당장 3G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5월말 기준 국내 3G 가입자는 315만6495명에 이른다. 정부가 1% 이하 점유율을 사실상의 2G 서비스 종료 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어느 정도 5G 가입자가 늘어나고 3G 가입자 비중이 낮아져야 논의가 촉발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3G 서비스를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은 바 있다. 3G 가입자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망 운용을 위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3G는 4G LTE나 5G 대비 요금제가 낮아,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G 서비스 종료는 이미 LTE 상용화 무렵부터 얘기가 나왔고,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의 2G 종료가 오히려 과하게 늦은 감이 있다”면서 “사업자들의 망 운용 비용도 문제지만 원활한 세대 전환을 위해 ‘점유율 1%’라는 조건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