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해 말부터 소위 ‘돈 버는 게임’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게임업계를 들썩이게 했던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에 대한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상자산 신뢰를 잃게 한 루나·테라 사태는 물론, 블록체인 게임 자체에 대한 해외 진입장벽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국게임학회에선 P2E가 전 세계적으로 소멸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해 국내 게임 이용자는 물론 업계 이목이 쏠렸다.
28일 디지털데일리 취재 결과, 국내 일부 게임기업 관계자들은 P2E 게임을 바라보고 있는 우려의 시선에 대해선 어느 정도 동의했다. 게임사는 이용자가 계속해서 게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기 위해 콘텐츠나 보안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가치에도 신경 써야 되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게임학회는 위메이드 ‘미르4 글로벌’ 이후 출시된 P2E 게임들이 현재 동남아를 제외하고는 미국·유럽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점, 엑시인피니티가 글로벌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현재로서는 코인 가치 등이 떨어지며 몰락했다는 점 때문에 소멸기에 접어들었다고 지난 21일 진단했다.
그러나 ‘소멸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이 다수다. 과거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거품 논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 게임산업은 패키지 게임에서 온라인, 모바일, 블록체인 게임 등으로 게임 이용자 경험을 확장해왔다. 따라서 P2E 게임을 포함한 블록체인 기술 활용 게임 미래를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로 국내산 P2E 게임은 이제 막 하나둘씩 출시를 시작했으며, 일부 타이틀은 동남아 외 국가에서도 선방 중이기도 하다. 넷마블이 지난 5월 P2E 기능을 탑재해 출시했던 ‘제2의나라’ 글로벌 버전은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 독일 7위, 영국 10위다. 미르4 글로벌은 영국 매출 17위로 상위권에 속해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 내에서 적극 활용되면 이용자에게 신뢰받는 환경 및 개방적인 게임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여전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은 게임업계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및 컨설팅 업체 DDM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블록체인 게임은 약 17억달러(약 2조1607억원)를 투자받았다. 이는 1분기 게임업계 총 투자 유치 금액 35억달러(약 4조4485억원)의 48%다.
DDM은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이 P2E, 토큰, 대체불가능한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 등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며 “분명한 건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구조가 모호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는 달리 블록체인 게임은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BM)이 있다는 의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은 P2E를 포함한 블록체인 기술 활용 게임에 도전장을 내밀고 인건비와 마케팅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태동기에 접어든 모습”이라며 “사행성과 환금성 등 P2E 게임 규제로 인해 한국 이용자만 제대로 서비스를 즐겨보지 못한 상황에서 ‘소멸기’라는 말은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이진형 플라네타리움 최고개인정보책임자(CPO)도 지난달 NDC22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이 게임 경험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P2E를 통해 이른 바 ‘돈 버는 게임’이 화제가 되면서 대부분이 P2E와 관련된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만, 1~2년 후에는 ‘비욘드 P2E’를 추구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 경험 혁신이 더 많은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CPO는 “콘솔 게임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인 1970년대 ‘아타리’ 사태가 좋은 예인데, 말도 안 되는 퀄리티의 아타리 게임들이 쏟아졌다”면서 “특히 1982년 출시된 E.T. 게임 경우 거품 정점을 찍고 너무 많이 남아서 땅에 묻은 일화는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 아타리 인력들이 이후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콘솔업계에 미친 영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며 “아타리 거품이 있었기에 콘솔 게임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이는 블록체인 게임 성장과도 궤를 같이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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