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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IT기업은 ‘라이엇게임즈’를 본받아야 할 때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한국에서 막대한 과실을 챙기는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이 실상은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이들은 세금 회피뿐 아니라 국내법까지 무력화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국회와 정부를 비웃고 인앱결제(앱 내 결제)를 강제해 콘텐츠 사용료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놓고 국내 통신사와 소송까지 벌였다.

심지어 구글과 넷플릭스 등은 한국시장에서 배를 불리면서도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구글이 지난해 한국에 납부한 법인세는 138억원이다. 네이버‧카카오가 낸 법인세의 2% 수준이다. 앱마켓 ‘구글플레이’와 인앱결제, 유튜브 등을 고려했을 때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든 매출은 많게는 5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로 전세계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지난해 한국에 납부한 법인세는 30억원에 그친다.

상황이 이러하니, ‘라이엇게임즈’ 행보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LoL)’로 알려진 미국 게임사 라이엇게임즈는 구글코리아보다 세금을 약 3.4배 더 많이 내고 있는 데다, 영국에 뺏길 뻔한 한국 유물을 환수하는 데 크나큰 공헌을 했다.

보통 글로벌 IT기업들이 고정사업장을 법인세가 낮은 싱가포르 등에 두고, 저마다의 핑계를 대며 한국에서 거둬들인 수익에 따른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 넷플릭스는 매출원가를 높여 이익을 줄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지난해 법인세로 낸 금액은 472억원이다. 매출 3871억원, 영업이익 1613억원에 따라 법인세 규모가 결정됐다. 한국에서 유튜브나 유튜브 뮤직, 구글플레이 등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이 게임 ‘LoL(롤)’로 낸 수익보다 적을 리는 없다.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만 1조원이 넘는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46개 앱 사업자의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는 1조529억원이다. 올해는 33% 증가한 1조397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조사대상이 주로 게임·동영상·음악·웹툰 등이라, 메타버스 앱을 포함하면 구글 국내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달리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3월 ‘모범납세자’에 올랐다. 성실하게 법인세를 납부했다는 증거다.

이와 함께 미국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가 영국으로부터 한국의 소중한 유물을 적극적으로 되찾았다. ‘게임도 문화’라는 생각에서 한국 문화유산 지원을 시작한 라이엇게임즈는 이용자에게도 문화유산 가치를 환기하는 채널 역할을 자처했다. 외국계 기업이지만 국내 이용자에게 ‘한국 사랑’을 인정 받는 이유다.

라이엇게임즈는 사회환원 프로젝트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을 10년째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12년 6월26일 라이엇게임즈와 문화재청 간 후원 약정식을 통해 시작됐다. 특히 지난 2011년 라이엇게임즈가 대표작 LoL 한국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이용자에게 한 약속이다.

지금까지 라이엇게임즈가 기부한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금은 68억7000만원에 이른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이는 문화재청과의 민관협력 사례 중 최고로 높은 금액이다. 기부금은 ▲무형문화재 지원 ▲국내 근현대 유물 긴급구매 및 전시 지원 ▲청소년 대상 문화재체험 교육 ▲문화유산 분야 청년 인재 양성 등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번엔 영국 법인에 뺏길 뻔한 ‘보록’을 찾았다. 왕실 유물 보록은 조선 왕실 인장인 ‘어보’를 넣는 ‘보통’을 보관하는 외함으로, 당시 문화와 생활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재다.

이번에 환수한 보록은 재단이 지난해 정보를 입수해 소장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전문가 평가와 실견을 통해 매입에 성공했다. 강혜승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 부장은 “재단은 지난해 12월에 관련 정보를 입수했고, 영국에서 이 보록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당시 소장자는 다른 고객과의 협상을 통해서 보록을 판매하려고 했던 시점이었는데, 설득 끝에 소장자는 이를 납득하고 저희에게 매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라이엇게임즈는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등 왕실 유물을 비롯해 ▲석가삼존도 ▲척암선생문집 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 등 다섯 점의 문화재 제자리 찾기에 기여했다. 27일 어보를 보관하는 상자인 ‘보록’ 환수에도 매입 과정을 후원했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국외문화재 환수를 돕는 것은 유통 시장에 문화재가 등장하는 시점이나 매입 성공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 사례가 극히 드물다. 10년째 장기적으로 국외 문화재 환수를 돕고 있는 민간 기업은 라이엇게임즈가 유일하다.

조혁진 라이엇코리아 한국대표는 “한국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한 지도 올해로 만 10년이 넘었는데, 이는 문화의 힘을 믿고 계속하고 있는 일”이라며 “이용자 한 명 한 명이 이 프로젝트 뒤에 늘 서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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