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지난해 9월 인앱결제강제금지법으로도 불리는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래, 제도적인 안착은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웹툰 업계가 구글 인앱결제(앱 내 결제) 강제 정책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또 한 번 우려를 표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25일 국회문화콘텐츠포럼과 웹툰협회가 주최한 ‘인앱 결제 대응 및 웹툰 표준 식별체계 도입 법제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구글이 적용하는 인앱결제에 대한 강제적 조항은 콘텐츠 생태계 성장을 가로막는 중대한 문제”라며 “방통위가 산업계가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확실한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방통위는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실태점검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구글에 제재 근거가 될 수 있는 사실 조사 초읽기에 돌입한 바 있다. 카카오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국내 앱 개발사 중 유일하게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아웃링크로 연결되는 카카오톡 앱 업데이트가 막혔기 때문이다.
서범강 회장은 “구글이 인앱결제를 권장하면서 그에 대한 혜택을 더 제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사 서비스 이용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강제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통행세처럼 인앱결제 수수료를 거둬들이겠다는 명분에 대해 그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콘텐츠 창작자‧공급자 노력 속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 구글이 상생은커녕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 회장은 구글이 제3자 결제에 수수료 26%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앱결제 수수료 30%에 대해 명확한 명분을 제시하고, 아웃링크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구글이 촉발한 현 사태를 웹툰에 비유했다. 그는 “대한민국 웹툰 플랫폼이 작품을 제공하는 창작자에게 대중적인 포토샵이나 클립 스튜디오 이외에 자신이 제공하는 그래픽 툴을 강제적으로 사용하라고 하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겠나”라며 “클립 스튜디오와 포토샵을 허용하되 26%의 수수료를 떼겠다고 하면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질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신 중부대학교 교수(웹툰협회・한국만화웹툰학회 부회장)은 국제 공조를 통해 구글 갑질 방지법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이 구글갑질방지법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음에도 구글이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건, 결국 한국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김종옥 한국만화웹툰학회 만화정책연구소장 또한 서범강 회장 발제에 공감하며 구글갑질방지법에 대한 제도적 보완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최근 앱마켓 시장 경쟁 촉진과 이용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일명 ‘앱마켓 독점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 중이나,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이나 애플이 가진 모바일 내 독점력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앱결제 강제를 해결하려면 콘텐츠 생태계와 이용자 권리 보호, 공정한 모바일 생태계 조성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통위와 공정위에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강력한 규제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포럼 대표의원인 조승래 의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문화 콘텐츠가 갖는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특히 웹툰은 다른 장르에 미치는 영향력 등이 매우 큰 핵심 분야”라며 “웹툰 종주국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이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필요한 정책적, 입법적 논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문화콘텐츠 포럼은 게임, 영화, 만화, 음악 등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분야 전반에 대해 연구하고 관련 진흥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2020년 출범한 국회의원 연구단체로 여·야의원 23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