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네이버웹툰’ 하면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호러 웹툰 ‘기기괴괴’를 가상공간에서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학창 시절 수련회에서 담력 훈련을 하던 기분을 내가, 혹은 내 아바타가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지난달 30일 네이버웹툰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 ‘기기괴괴 월드’를 처음 공개한 가운데, 호러 웹툰 세계관을 접목한 제페토가 어떤 공포를 선사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해봤다.
제페토를 켜자마자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음산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이어 어두운 밤 아래 짙은 안개가 깔린 공간이 모니터 안에 나타났다. 기기괴괴 월드는 플레이존인 ‘게임’과 체험존인 ‘로비’로 나뉜다. 먼저 플레이존인 게임에선 악몽 속 기기괴괴 괴물 공격을 피해 탈출하는 서바이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탈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월드맵에 숨겨진 액자를 찾아 제한 시간 내 갤러리에 걸어야 한다. 단, 지속해서 괴물에게 공격받으면 죽을 수 있다. 게임에 참여하려면 처음 기기괴괴 월드에 접속한 후 나타나는 대기 창에서 ‘이지(EASY)’와 ‘하드(HARD)’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고, 준비 버튼을 누르면 된다. 희미한 빛을 내뿜는 작은 손전등에 의지해 미지의 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웹툰에서 갓 튀어나온 기괴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솔직히 큰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점점 고조되는 배경음악과 빨라지는 심장박동 소리, 괴물이 포효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덕분에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괴물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점이 긴장감을 유발했다. 갑자기 따라오는 괴물로부터 열심히 숨고 도망치며 액자를 찾아다니다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나만 무서웠던 건 아니었나 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살펴보니, 역시 “생각보다 분위기가 무섭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게임은 한 번에 최대 8명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서바이벌 특성상 남은 생존 포인트·소요 시간·난이도 등을 점수로 산정해 전 세계 이용자와 순위 경쟁도 가능하다. 현재 제페토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엔 글로벌 누적 가입자 3억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체험존인 로비에선 ▲성형수 ▲러커 ▲마취여왕 ▲14K ▲마술사 죽이기 등 인기 에피소드 10여개 캐릭터가 출몰한다.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해당 캐릭터 특징이나 웹툰에 나온 대사 문구가 생성된다. 웹툰 캐릭터가 제페토 스타일로 어떻게 구현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보름달은 기기괴괴 ‘키베이루의 서재’ 에피소드에 등장한 키베이루라는 캐릭터로, 서재에 있는 방대한 지식을 탐내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 한 사람들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14K GIRL이라는 팻말 옆에 앉아있는 캐릭터는 실수로 금반지를 삼킨 뒤 피부 전체가 금으로 변한 여성을 그려낸 ‘14K’ 에피소드 속 주인공이다. 제페토 맵에선 황금빛 여성이 본인 몸을 연신 쓸어내리며 “갑자기 피부가 금으로 덮였어…다 밀어버릴 거야”라는 말을 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일단 로비 곳곳에 자리한 10여종 캐릭터가 각각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없어 아바타를 무작정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로비를 구경하면서 ▲악령 러커 ▲뭐든지 다 먹어 치우는 구멍 ▲14K GIRL ▲마취여왕 ▲마술사 ▲대왕 거미는 발견했지만, 나머지 캐릭터는 결국 찾지 못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입문자를 위해 캐릭터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나 지도가 있었다면, 모든 구역을 방문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기기괴괴 월드는 PC 버전이 지원되지 않는다. 모바일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체험하다 보니, 초반엔 아바타를 작동하는 데 애를 먹었다. 배경을 조금만 건드려도 아바타 시야와 화면 구도가 휙휙 바뀌었다. 하지만 2차원(2D)으로만 보던 웹툰 캐릭터를 생생하게 움직이는 3차원(3D)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기괴괴 애독자라면 한 번쯤 재미 삼아 체험해볼 만하다.
한편, 네이버웹툰은 지식재산(IP) 생태계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기기괴괴 월드도 이러한 행보 중 하나다. 네이버웹툰은 앞으로 더 다양한 웹툰 IP를 활용한 제페토 맵을 출시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외에도 게임·영화·드라마·출판 등 여러 부가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