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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도 막지 못한 中 반도체 굴기…설계·후공정, 韓 위협

중국 SMIC 사업장
중국 SMIC 사업장
- ‘반도체 굴기’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향상
- 매년 반도체 전공자 20만명 배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이 미국 압박을 이겨내고 ‘반도체 굴기’를 이뤄내고 있다. 특히 설계와 후공정 분야가 돋보인다. 2020년 전후로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나선 한국보다 빠른 성장세다. 투자와 인력 규모에서 압도적인 중국이 국내 반도체 기업을 밀어낼 수 있다는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은 2800개를 넘어섰다. 지난 2016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한국은 100여개로 정점이던 2009년(200여개) 대비 반토막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팹리스 상위 10개 기업에 중국 윌세미컨덕터가 포함됐다. 이 기간 매출액이 7억4400만달러(약 9600억원)다. 국내 선두 LX세미콘(5851억원)보다 약 4000억원 높다. 지난해 기준 국가별 팹리스 점유율은 중국 9%와 한국 1% 내외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1년(0.7%)과 비교하면 제자리걸음이다.

패키징 등 후공정과 특허 부문에서도 중국의 성과가 돋보인다. 중국 후공정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20%를 상회한다. 중국은 글로벌 톱10 중 3개 업체를 보유 중이다. 같은 기간 한국 점유율은 5~6% 수준이다.

반도체 관련 특허에서는 중국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허청 등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국은 9만2000건을 넘는 특허를 등록했다. 같은 한국은 5만8000건이다. 이전 5개년(2012~2016년)에는 양국 차이가 수천개에 불과했으나 5년새 3만건 이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DB하이텍 등이 버티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중국 추격이 가파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역성장한 가운데 SMIC와 화홍, 넥스칩 등 중국 기업은 업계 평균을 상회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합계 점유율은 사상 첫 10%를 돌파했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이 미국 반도체 제재를 뚫고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까지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 반도체가 상승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는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르고도 지난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개 분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반도체 기업 20곳 중 19곳이 중국 회사라고 보도했다. 이전 4개 분기대비 8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중국의 경쟁력은 자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서 비롯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공장 설립은 당연하고 반도체 개발 및 성과 등 세부적인 성과에 대해서도 지원을 받는다. 금액 규모도 적지 않아 마음 놓고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은 매년 반도체 전공자를 20만명 배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 반도체 인력이 수천명 부족한 한국과 대비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기술력에서는 아직 한국이 우위다. 메모리는 물론 시스템반도체 첨단 공정 분야에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이 압도한다. D램과 파운드리로 한정하면 수년 이상 차이나는 수준이다. 실례로 삼성전자는 이달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nm)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

다만 반도체 신공정 난도가 대폭 오르면서 전 세계 반도체 기업 기술력은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중국 역시 풍부한 인력을 내세워 제조 노하우를 대거 획득하는 추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양과 질에서 중국 추격이 거세다. 물량 싸움에서는 당해낼 수 없기 때문에 기술격차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생태계를 키워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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