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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SK브로드밴드가) 그냥 넷플릭스에 프라이빗 망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나요? 그렇게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얼마 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 이용대가 소송을 다루는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프라이빗(전용) 망을 설치해주고도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럼 아예 망을 끊어버리면(디피어링·de-peering) 되지 않냐는 물음입니다. 그렇게 되면 넷플릭스가 어련히 돈을 내지 않겠냐는 것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①가능은 합니다. ②그런데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보겠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5호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기통신사업자’란 SK브로드밴드 같은 통신사 즉 ‘기간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용자 피해를 일으키면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인터넷교환지점(IX)인 ‘SIX’, 일본 도쿄 IX인 ‘BBIX’, 그리고 홍콩구간 총 3개 지점을 통해 트래픽을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쿄나 홍콩구간의 연동회선을 디피어링하게 되면 트래픽이 모두 SIX에 몰리게 될 겁니다. 세 개의 혈류로 흐르던 피가 갑자기 하나의 혈류로 모이면 어떻게 될까요? 트래픽 과부하로 서비스 장애를 촉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즉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는 겁니다. 비슷한 사례로 페이스북(현 메타) 사태를 들 수 있습니다. 부가통신사업자인 페이스북이 일방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하는 바람에, 상당수 통신사 이용자가 응답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을 겪었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러한 행위가 ‘이용자 이용 제한 행위’라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물론 예외 사항도 있을 수 있겠죠. 위 조항을 구체화한 시행령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참작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감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일방적으로 망 이용대가 협상을 회피하는 바람에 SK브로드밴드가 부당하게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 디피어링을 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법령이 그러하듯 ‘정당함’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SK브로드밴드든 넷플릭스든 대놓고 ‘망을 끊어버리라’는 말을 못하는 이유입니다. 법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고 일이 복잡해지니까요. 페이스북만 해도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에 반발해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용 제한의 정도가 ‘현저’하지는 않아서 금지행위 위반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인데, 이런 미묘한 부분을 파고든 것이죠.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법적으로 ‘이용자 이용 제한 행위’에 대한 책임은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 모두 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용자 이용이 제한됐을 때 욕 먹는 건 통신사뿐입니다. 페이스북 사건 때에도 접속경로를 바꾼 건 페이스북 당사였지만, 불만이 빗발친 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쪽이었죠.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디피어링한다면 당장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겁니다.
SK브로드밴드는 그래서 넷플릭스와 최대한 협상을 통해 망 이용대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이를 두고 방통위에 재정(중재)을 신청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잘 아시다시피 넷플릭스가 방통위 재정을 패싱하고 민사소송을 걸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현재 넷플릭스는 1심 소송에서 패소해 항소까지 제기한 상황입니다. 모쪼록 두 회사가 원만한 협상을 이룰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