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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TV 속도 높이자”...투자자로 변신한 홈쇼핑 업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TV 시청자 수 감소와 송출수수료 부담이 계속되면서 홈쇼핑 업계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TV 의존도를 벗어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홈쇼핑사들은 외부로 눈을 돌려 직간접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쇼핑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직간접 외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존 사업 성장성에 위기의식이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홈쇼핑업체들이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출한 송출수수료는 전년대비 2274억원(11.2%) 증가한 2조2508억원이다.

이는 전체 홈쇼핑 방송사업매출 중 58.9%로 2020년 53.1%보다 5.8%포인트(p) 더 높아졌다. 방송매출 중 60%에 달하는 금액을 유료방송 송출수수료로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움직임으로 유통산업 전반이 기대를 갖지만 홈쇼핑 업계는 송출수수료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이에 홈쇼핑 업계는 사업다각화 및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투자 방식은 벤처펀드 출자 등 간접 투자부터 직접 투자까지 다양하다. 상품력 강화 등 기존 사업과 연관된 업종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신규 사업 모색을 위해 대체불가능한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 등 신기술 관련 투자를 늘리기도 한다.

롯데홈쇼핑은 ‘탈 홈쇼핑’을 추구하며 미디어커머스 회사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날 롯데홈쇼핑은 가상모델 ‘루시’를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 소속 아티스트로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루시는 향후 초록뱀미디어 아티스트로, 광고·드라마·방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간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1월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에 250억원을 직접 투자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초록뱀미디어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펜트하우스’ 등 유명 작품들을 제작해 왔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뷰티 예능 공동 제작에 이어 전략적 파트너십 일환으로 가상모델 전속 계약을 체결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메타버스 강화를 위해 실감형 영상 콘텐츠 스타트업 ‘포바이포’에 30억원을 투자하고, 지난달 온라인 쇼핑몰에 NFT 전문관을 열기도 했다.

CJ온스타일은 스타트업 투자에 가장 공격적이다. 지난해 170억원 직간접 투자를 진행한 CJ온스타일은 올해 350억원 이상으로 규모를 2배 이상 늘리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평가 받는 윤상현 대표를 선임한 이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CJ온스타일 스타트업 투자 핵심 키워드는 ‘상품력’이다. 홈쇼핑 제품은 ‘가성비’가 높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상품군까지 전반을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리빙·패션 상품 강화를 위해 ‘콜렉션비’ 운영사 ‘브런트에 30억 투자, 주얼리 플랫폼 ‘아몬즈’ 운영사 ‘비주얼’에 30억원,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 2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

특정 카테고리에서 강점을 띄는 플랫폼에 투자해 CJ온스타일 모바일앱에서도 판매하는 방식으로, 신규 수요층을 확보하는데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달부턴 서울창업허브와 손잡고 우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상생 프로그램 ‘챌린지! 스타트업’도 시작했다.

GS샵은 지난해 7월 GS리테일에 흡수합병된 후 신성장 동력 확보에 더욱 공격적이다. GS리테일이 중점 사업으로 꼽은 퀵커머스·펫 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해에만 10곳 이상 벤처·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GS리테일은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도 IT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와 카카오모빌리티, 로보아르테에 투자하고 푸드 스타트업 쿠캣을 인수했다. 모두 퀵커머스와 IT물류를 고도화하고 상품력 강화가 목적이다. 특히 반려동물 시장 선점을 위해 GS샵은 GS리테일 합병 전부터 관련 스타트업에 지속적으로 지분 투자를 늘려왔다.

이후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 1위 업체인 어바웃펫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펫프렌즈엔 총 4차례 투자해 현재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엔 동물병원 경영지원 브랜드 ‘벳아너스’를 운영하는 아이엠디티에 25억원을 투자했다. 향후 어바웃펫과 펫프렌즈가 아이엠디티와 처방식, 건강기능식 등 맞춤형 상품 개발을 협력하거나, 양사 자체상품(PB)을 아이엠디티 회원 병원 고객 대상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홈쇼핑 업계는 이미 특정 카테고리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플랫폼을 투자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단 위협은 존재한다.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홈쇼핑 수익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투자한 스타트업이 흑자 전환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면 해당 기간 실적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송출수수료이기 때문에 TV의존도를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여러 기업과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신규 사업에 속도를 내고 MZ(밀레니얼+Z세대) 수요층을 붙잡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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