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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플랫폼·디바이스 부재…5G 28㎓ 어찌할까요?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현재의 28㎓ 주파수가 직면한 현실은 과거 와이브로 실패 사례와 유사해 보인다. 당시 와이브로가 실패했던 이유도 킬러 콘텐츠 부족과 생태계 미미, 글로벌 표준 경쟁과의 거리 때문이었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주관한 ‘바람직한 5G 28㎓ 주파수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이같이 말했다.

와이브로(휴대 인터넷)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기술을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반영된 기술이지만, LTE가 전 세계 표준이 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바 있다. 28㎓ 대역의 경우, 현재 전국망으로 사용 중인 3.5㎓ 대비 속도 개선의 효과는 있지만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고 근본적으로는 초광대역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부족해 사실상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2018년 12월 28㎓ 대역에서 각각 800㎒ 폭을 통신3사에 할당했다. 통신3사는 그러나 여전히 28㎓ 주파수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와 같은 초고주파 대역은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이 약한 등 여러가지 기술적 제약이 있어 고정형 단말에 적합하고, 장비나 콘텐츠 등 서비스 생태계는 정작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통신사들에 28㎓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총 4만5000대(각사별 1만5000대)의 기지국 의무 구축수량까지 부과했지만 실제 준공완료된 기지국 수는 5059대(11.2%)에 불과했다. 이는 주파수 할당 취소 기준인 의무 구축수량의 10%를 간신히 넘긴 것으로, 이중 4578개는 통신3사가 기지국을 공동으로 구축한 수량을 중복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 위원은 “28㎓ 주파수 공급 당시에만 하더라도 장비, 단말, 서비스 등의 생태계가 활발히 조성될 것으로 기대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때문에 통신사들은 총 6100억원을 투자해 28㎓ 주파수를 확보했지만, 현실적으로 투자비용 대부분을 회계상 손상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통신사들은 28㎓을 기업간거래(B2B)에 우선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고 지난 2020년말부터 기지국을 구축했다. 정부 역시 지난해 통신사, 제조사들과 28㎓ 5G 이동통신 구축 활성화 전담반(TF)을 통해 시범 프로젝트와 지하철 와이파이 백홀망 실증 사업을 통해 활성화을 꾀했다. 이와 함께 5G 특화망(이음5G)에 28㎓ 주파수를 할당하고 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우리보다 28㎓를 먼저 시작한 미국과 일본의 경우도 아직까지 유의미한 활용 사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짦은 커버리지와 잦은 끊김, 속도저하 등의 문제로 더 이상의 망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신 5G 주파수 우선순위를 서브-6으로 정하고 C-밴드(3.7~3.98㎓) 망 구축을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역시 NTT도코모 등 통신사 주도로 마치 28㎓ 대역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이지만, 이는 통신사 대리점(판매점) 등에서 구축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28㎓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아직까지 광대역의 속도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없는데다가 3.5㎓ 대역만으로도 현재 나와있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중 네트워크 외에 나머지 C-P-D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대신 보다 효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며 “28㎓은 전국망이 아니라 특정한 공간에서 특정한 서비스 제공하는 공간망 역할을 해야 하며 이에 맞는 새로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분명한 비즈니스 모델(BM)이 만들어질 때까지 이를 연구개발(R&D) 중심의 혁신망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도 28㎓를 B2B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해당 대역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와 지속적인 사업적 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B2B 위주의 5G 특화망과도 역할 분담이 있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김명수 강원대 교수는 “보통 경영학에서 신제품이나 신규 서비스 등장은 소비자 니즈가 강력한 동력이 되는 반면, IT업계에선 사업자가 드라이브를 걸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다만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2G에서 3G, 3G에서 4G로 갈 때처럼 콘텐츠나 서비스 품질을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갭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5G 이용자가 2300만명이 넘었으나 여전히 콘텐츠를 생각하면 광대역 주파수가 필요할지 의문”이라며 “B2B 영역에선 28㎓ 대역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는 한편 사업자들의 창의성이나 실험성에 기반한 사업적 시도가 필요하고, 보다 실효성을 담보하는 정책의 전환이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28㎓ 대역이 다음 세대 통신(6G)으로 넘어가는데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엔 공감한다”며 “3.5㎓이 메인 엔진이라면 28㎓는 고품질 프리미엄 서비스가 가능한 보조 엔진 역할을 하며 상호보완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활용 범위를 B2C와 B2B로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그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많이 한 해커톤과 같은 방식을 통해 사업자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 새로운 활용 사례를 찾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선 28㎓ 기지국 투자를 계속해서 독려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마재욱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28㎓을 지원하는 장비와 서비스 등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도 해당 대역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통신사도 지하철 와이파이 백홀 확대 구축 등을 통해 28㎓ B2B 모델을 찾고 있으며, 당장은 수요가 없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선제적으로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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