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2차 발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누리호는 16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두 번째로 우주로 향한다. 당초 15일 오후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강풍 등 날씨 영향으로 하루 미뤄졌다.
누리호 발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10월 21일 첫 발사에선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이 475초만에 조기 연소 종료되면서 탑재됐던 위성모사체(모형위성)가 목표 궤도에 안착되지 못해 아쉽게 실패한 바 있다. 이번 발사는 8개월 만의 재도전인 셈이다.
누리호는 국내 우주산업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지난 2013년 발사된 ‘나로호’의 경우 러시아 기술로 발사체 엔진을 제작한 것과 달리 누리호는 2010년 3월 개발에 착수해 무려 12년만에 완성된 첫 한국형 발사체이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600~800km 상공 지구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 개발 및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를 위해 시작된 초거대 프로젝트다. 내년 6월까지 총 1조9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누리호는 총 길이는 47.2m, 중량은 200톤에 달하는 복잡한 구조물로 이뤄졌다. 47.2m는 15층 아파트 높이로 200톤은 70kg 성인 약 2860명의 무게에 해당한다. 누리호 최대 속도는 시속 2만7000km으로 KTX보다 90배 빠르다.
누리호는 ▲1단 75톤급 액체엔진 4기 묶음(클러스터링) ▲2단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 7톤급 액체엔진 1기 등 총 3단으로 구성됐다. 특히 누리호의 심장격인 액체 엔진은 설계, 제작, 시험 등 개발 전 과정을 약 500여명의 국내 연구진과 300여 민간 기업이 맡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2차 발사에선 1차 발사 때의 실패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보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항우연은 지난 1사 발사에서 누리호가 비행하는 동안 3단 산화제탱크의 헬륨탱크 고정지지부가 풀린 것 등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냈다.
1차 발사 당시 누리호는 이륙 후 1단분리, 페어링 분리, 2단분리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 엔진이 목표한 521초가 아닌 475초 동안만 연소돼 목표하던 궤도에 위성모사체를 올리지는 못했다.
비행 중 진동과 부력으로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리면서 산화제가 누설됐고,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 양이 감소돼 엔진이 예상보다 일찍 꺼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번 2차 발사에선 헬륨탱크의 하부 고정부를 보강하고 산화제 탱크 맨홀 덮개 두께를 강화했다.
이번 개선 조치로 발사체에 9㎏ 정도의 무게가 증가했으나 발사체 성능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 항우연 측의 설명이다.
또, 이번 2차 발사에는 지난 1차 발사 때와는 달리 위성모사체 뿐 아니라 누리호의 발사 성능을 검증하는 ‘진짜 위성’이 실린다. 이번에 탑재되는 성능검증위성에는 조선대,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 등 국내 4개 대학에서 개발한 큐브위성 4기도 함께 실린다. 큐브위성은 무게 1kg 정도의 초소형 위성이다. 6개월~1년 동안 지구대기를 관측하거나 미세먼지 모니터링 등의 과학임무를 수행한다.
이번 2차 발사의 성공은 지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목표궤도인 700km에 도달해 위성을 안착시키는데 달려있다. 궤도 오차는 5%로 둬 665∼735km 고도에 들어오면 성공으로 판단한다. 다만 성능검증위성을 통해 다시 한번 궤도에 진입했는지 추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지상국이 성능검증위성과 최초로 교신하는 시점은 발사 후 약 42분 23초다.
한편 이번에 발사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독자 우주기술을 지닌 7대 우주강국에 진입하게 된다. 현재 자력 발사능력을 갖춘 국가는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 9개 국가지만, 1톤급 이상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6개국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