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새 정부가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자율규제’를 추진하면서, 국회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도 사실상 재검토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연내 민간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자율규제안을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1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소상공인 등이 참여하는 플랫폼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자율규제안을 확립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로운 정치권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쉬고 있던 곳은 번영과 풍요가 꽃피웠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네이버뿐 아니라 쿠팡,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 등 플랫폼 업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자유로운 시장을 강조한 만큼, 플랫폼 시장에 있어서도 ‘자율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 자료에서 플랫폼 분야 거래 질서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제 망안과 필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 온 온플법은 새 정부 기조와 맞지 않게 됐다. 온플법 규제 대상은 중개수익 1000억원 이상 중개거래 금액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뿐 아니라 쿠팡, 배달의민족 등이 포함됐다. 스타트업 플랫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도한 규제라며, 업계 반발이 심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 수립을 선언하기도 한 만큼, 온플법을 내세워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을 주도하려 했던 공정위도 새로운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도 새 정부와 손발을 맞추려면 최소한의 규제와 인센티브 중심 자율규제 지원으로 가야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플랫폼 자율규제와 관련해 2001년 도입해 적용해 온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차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P는 공정거래 관련 법규 준수를 위해 기업이 자율 제정·운영하는 교육·감독 등 내부준법시스템으로, 공정위는 매년 기업별 등급을 평가하고 도입 기업에 대해 제재수위를 낮추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플랫폼 자율규제를 외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시장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논의 없이 강한 입법 일변도 규제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민관 협력에 기반해서 업종별로 자율 규제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과기정통부도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기구 구성을 계획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을 발의한 방통위도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부응하도록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고 최소 기준을 달성하면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입법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뿐 아니라 방통위, 과기정통부까지 ‘온플법’ 때처럼 플랫폼 자율규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플랫폼 업계는 상황을 조망하고 있다. 온플법과 같은 강력한 플랫폼 규제에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이 감돌지만, 자율규제 수위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 소상공인과 시민단체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과 사회적합의도 찾아야 한다.
한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관련 서면 답변을 통해 “플랫폼 기업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플랫폼 업계, 중소기업·소상공인, 소비자, 전문가 및 관계부처 등이 참여하는 민간 자율기구를 통해 공존‧공생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