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음으로 잠재력이 큰 전기차 시장으로 평가받는 곳이 인도다. 끔찍한 도시 공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하루 빨리 전기차(EV) 비중을 대폭 높이겠다는 전략은 인도도 중국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
비록 현재의 인도 전기차 시장 규모가 중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연간 300만대가 팔리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언젠가 전기차로 바뀐다는 것을 상상하면 자동차업계로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30%를 전기차 등 매연 없는 친환경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런 거대한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테슬라가 놓칠리 없다. 그런데 별 문제없을 것 같았던 테슬라의 인도 시장 진출 계획이 점차 꼬이고 있다.
인도 시장을 날로(?) 먹을려는 테슬라의 계획에 인도 모디 총리 정부가 더욱 강하게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와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테슬라가 인도 주요 도시에 설치할 예정이었던 차량 전시장 및 관련 직원들의 재배치 계획을 보류시켰다.
여기서 인도 정부와 테슬라간의 협상이란 ‘관세 인하’ 협상을 말한다.
당초 테슬라는 미국이나 중국에서 제조된 테슬라 차량을 인도로 수입해 판매하고, 이 과정에서 인도로부터 낮은 관세(Tariff)율을 적용받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를위해 테슬라는 그동안 인도 정부와 1년 넘게 관세 인하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인도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나 독일 베를린의 기가 팩토리처럼 인도에도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직접 만들라는 것이다. 인도는 자국 중심의 전기차 생산 허브를 꿈꾸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테슬라가 인도에 직접 공장을 짓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따로 제시된 적이 없고, 오히려 최근 중국 상하이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인도가 이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중국제 테슬라’ 차량이 인도로 직수입되는데 따른 불쾌함도 함께 깔려있다. 사이가 좋지않은 인도와 중국간의 정치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상하이 공장에서 조립된 테슬라의 '중국제 전기차'가 인도에 수입될 때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대당 가격이 4만 달러가 넘기 때문에 ‘사치세’ 부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벤츠, 현대차·기아, 타타, 도요타 등 경쟁사들… 현지 생산 확대로 인도 시장 선점 잰걸음
그런데 인도 모디 총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테슬라의 경쟁사들을 대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생산 공장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가 장고를 거듭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독일의 메르스데스-벤츠는 올 1월부터 인도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조립을 시작했다.
만약 같은 조건이라면 인도에서 생산된 벤츠 전기차는 중국 또는 미국, 독일에서 생산된 동급의 테슬라보다 최소한 관세와 국제운송 물류비 부분만큼 유리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경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의 국민기업 타타(TATA)도 기존 소형 전기차 위주의 라인업에서 최근 고급 전기차 양산을 시작했다. 향후 테슬라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다. 타타는 최근 뭄바이에서 열린 한 모터쇼에서 1회 충전에 최소 500Km(킬로미터)이상 주행할 수 있는 최신 고성능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2025년에 양산될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도 자동차 점유율 2위인 현대차도 이미 자사의 전기차 전용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인도 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5, EV6 등 주력 기종을 중심으로 오는 2024년까지 6종의 전기차를 인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현대차는 소형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아이오닉5 등으로 차종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전기차 레이스에선 후발주자인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도 지난 11일(현지시간) 인도법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EV 배터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타 하이브리드 모델 등 다양한 전기차에 사용되는 e-드라이브 혹은 전동 파워트레인 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를위해 도요타는480억 루피(한화 약 8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의 공급망을 인도를 중심으로 현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과도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전기차 생산 및 소비, 부품에 대한 공급망 허브 기지로서 예상치 못했던 리스크가 돌출되고 있다. '중국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의 인도행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