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강소현 기자] 3일 열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특허분쟁 논란과 이해충돌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5G·6G 활성화와 망 이용대가 등 ICT 현안은 뒷방으로 밀려나는 형국이 됐다. 이 후보자는 주력 분야인 반도체 외 ICT 영역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질문에도 답변을 못하는 등 사전지식 부족을 드러내기도 했다.
◆ 특허분쟁·이해충돌 논란에 증여세 탈루 의혹까지 ‘난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자 자질을 두고 ‘송곳 검증’에 나섰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특허분쟁, 이해충돌 여부, 증여세 체납과 가족 동반 해외출장 등에 대해 공세를 퍼부었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에게 부부간 증여세 11억4000만원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며 “장관에 지명되자마자 사흘 만에 증여세 납부를 신고했는데 그 전엔 몰랐던 것이냐”고 질의했다. 이종호 후보자는 “세무사에 모두 일임하다보니 미처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윤 의원은 “세무사가 하라고 하면 다 하는 거냐”며 며 날선 질문을 던졌다.
이 후보자가 개발한 ‘벌크 핀펫’ 기술의 특허수익 논란도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이 후보자는 2001년 원광대학교 교수로 재직할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벌크 핀펫’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권은 카이스트 그리고 국외 특허권은 카이스트 자회사 KIP가 보유하고 있다. 미국 특허권은 이 후보자가 갖고 있었으나 특허 수익의 일정 비율을 보상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KIP에 양도했다.
그리고 카이스트와 KIP는 해당 특허를 두고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는 이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이해충돌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재판 결과에 따라 양측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발명보상금이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후보자 측은 “해당 소송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일환으로 해당 기술 개발에 국가 예산 수십억원이 들어갔음에도, 이 후보자 개인이 보상금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 삼았다. 양 의원은 “국가는 이익을 보지 못하고 개인만 특허 출원료를 받는다면 아무리 많은 연구개발(R&D) 예산을 배정해도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특허권을 기관이 양도할 수 없는 경우 개인이 가져갈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이 밖에 이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게 된 해외 출장에 자녀와 부인을 동반시켰다는 비판과, 이 후보자가 기술 특례로 코스닥 상장을 앞둔 ‘GCT 세미컨덕터’에 대한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식 전환으로 인한 이해충돌 여지가 없는지 의혹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시됐다.
◆ ICT 현안 질의 실종…후보자, “잘 모르는 듯” 핀잔도
반면 ICT 정책 현안과 관련된 질의는 손에 꼽았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나 5G·6G 활성화 방안, 5G 중간요금제 필요성 등과 관련한 질의가 나왔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미디어 정책은 아예 실종되기도 했다.
의원들은 이날 글로벌 CP로부터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받기 위한 과기정통부 장관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해결책을 질의한 가운데, 후보자는 관련한 이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후보자는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될 요인이 있어보인다”면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통신사 중간요금제 신설에 대해선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현재의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이 10GB 이하 100GB 이상으로 양극화 돼 있는 반면 국민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지난 1월 기준 26GB 수준이다. 이 후보자는 “중간요금제가 필요하다”는 홍 의원 지적에 “동의한다”면서 “국민에 편리한 요금제 만들겠다”고 했다.
이종호 후보자 자신도 반도체 전문가로서 쌓아온 경험과 경력을 강조하며 자신이 과기정통부 장관직에 적합한 역량을 갖췄음을 어필하면서도, 정작 5G·6G 활성화 등 ICT와 연관된 현안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등 미흡한 지식을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3차산업혁명과 4차산업혁명 차이가 무엇이냐” 등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호된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부재에…“과학수석 있어” 엉뚱 대답
이 후보자는 “대통령실에 과학기술 담당 직책이 없는데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은 누가 맡겠냐”는 조정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질의에 “과학수석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해 현안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뭇매를 맞기도 했다. 차기 윤석열 대통령실 직제 개편에서 과학 관련 수석 자리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과학수석은 없어졌다”는 조 의원 지적에 “비서관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어떻게 비서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냐”는 조 의원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조 의원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경제수석이 하게 될 텐데 이 말은 즉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과기정통부의 핵심사업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