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위원 24명의 인선이 공개된 당시, 소프트웨어(SW)나 사이버보안 전문가가 없어 ‘홀대론’이 제기됐다.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SW나 사이버보안은 실종되다시피했다.
현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둔다는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과학기술 분야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일정 부분 맡기겠다고 했으나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차기 정권의 내각에서 안 위원장이 추천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홀대론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안 위원장이 주장한 ‘과학교육수석’ 신설이 좌초된 점이다.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디지털 패권국가 실현’을 공약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SW, 사이버보안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전문 인재도 적극적으로 양성한다는 내용이다.
과학교육수석의 신설은 이와 같은 후보 시절 윤 당선인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공약 이행 의지를 나타내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평가됐는데, 최종적으로 무산됨에 따라 과학기술계에서는 선거 과정에서의 단발성 캐치프레이즈에 그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이에 더해 안 위원장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과학기술부총리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과학교육수석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과학기술의 한 갈래인 SW 및 사이버보안 산업계 역시 과학교육수석 신설을 바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과학교육수석 신설 무산과 관련 “과학과 교육의 중요성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런 것들이 (대통령실이 아닌) 행정부에서 잘 개혁되고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과학기술 분야 수석이 필요하다는 국민 요구가 많아지면 수석 신설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마련이 지체되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SW 및 사이버보안 시장은 시시각각 변하는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패권 경쟁이 지속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보안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은 ‘해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이버보안 강화에 몰두하는 중이다.
현재 공공, 민간, 군 등으로 분산돼 있는 국가 사이버보안 체계를 통합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도 인수위서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이버위협의 증가세로 사이버위기경보 ‘주의’를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큼직한 사이버보안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안철수 위원장 역시 SW나 사이버보안 관련, 강한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당초 인수위 구성에서의 SW·사이버보안 홀대론을 잠재운 것은 인수위원장이 해당 분야 전문가인 안철수 위원장이라는 점이다. 다만 안 위원장마저도 공개적으로 SW나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음에 따라 홀대론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정된 결말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인수위를 이끌 안 위원장이 개별적인 주장을 제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과학교육수석 신설 등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보다 국지적인 SW·사이버보안에 대한 목소릴 냈더라도 반영됐을지 불분명하다.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과학교육수석 신설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SW·사이버보안 정책이 새 정부 출범 직후 논의에 탄력을 받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후속 조치나 부동산 등 산적한 문제들이 즐비한 만큼, 우선순위가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우려된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디지털 패권국가의 기반이 될 SW 및 사이버보안에 대한 홀대론이 커짐에 따라 기대감도 함께 옅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