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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8년]<상>그래서 ‘성지’가 사라졌나요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같은 아이폰13을 어떤 이는 원가 그대로, 또 다른 이는 반값에 구매한다. 통신3사가 유통채널에 보조금을 차등지급하면서, 단말기의 최종구매가 역시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일부 ‘성지’를 아는 사람만 싸게 사고, 나머지는 이른바 ‘호갱’이 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은 유통망에 보조금 차등지급 문제를 해결해 ‘호갱’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시행 8년이 지난 지금, 이용자 차별이 줄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특히 유통채널은 유통과정 속 장려금 차별이 더욱 심화됐다며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

◆단통법 배경은 '갤럭시S3 17만원 사태'…분리공시제 도입 무산

단통법이 도입된 2014년은 통신사 간 출혈 경쟁이 절정을 이뤘던 시기였다. 특히 ‘갤럭시S3 17만원 사태’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경쟁이 과열됐다고 판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통신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통망에 역대급 보조금을 뿌렸는데, 그 결과 출고가 기준 90만원이었던 갤럭시S3의 실구매가는 17만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방통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 뒤 다시 불법보조금이 횡행하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렇게 마련된 단통법 원안은 지원금 공시제와 분리공시제를 골자로 했다. 보조금 지급 기준을 명시하고, 동일한 조건에서는 같은 보조금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심의과정에서 분리공시제가 빠지면서 단통법은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분리공시제의 경우 통신사와 제조사의 휴대전화 보조금을 각각 분리 공시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통법의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제조사가 해외시장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하며 분리공시제 도입은 무산됐다.

제조사 입장에선 예컨대, 보조금 30만원 가운데 제조사의 보조금이 10만원이라면 소비자가 단말기 가격의 10만원이 거품이라고 여길거고, 이는 결국 전세계 시장에서 보조금만큼 출고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 시장 안정화됐지만 유통구조 문제는 '여전'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8년 동안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열됐던 번호이동시장은 8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안정화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00만명을 웃돌던 번호이동 건수는 단통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4년 10월 37만4828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2022년 들어서도 번호이동 건수는 50만명 밑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번호이동 건수는 37만9092명으로 집계됐다. 또 선택약정 할인이 도입되면서 소비자가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차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이 안정화되자 통신사 간 경쟁도 사라졌다. 단통법을 통해 추가지원금 지급이 제한되면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어졌다. 경쟁이 제한되자 자연스레 통신3사의 점유율도 SK텔레콤 50%, KT 30%, LG유플러스 20%로 자연스레 고착화됐고, 소비자를 위한 신규 서비스 출시도 더뎌졌다.

특히 업계에선 단통법을 통해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부분을 지적한다. 여전히 통신사의 장려금 차등지급으로 유통채널 간 차별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곧 이용자 차별로도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통신사는 판매점 등 유통채널에 지원금 외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지급하는데, 판매점은 고객 유치를 위해 이 장려금의 일부를 다시 추가지원금의 형태로 고객에 준다. 이 수치가 공시지원금의 15%를 넘기는 경우 불법보조금에 해당된다. 판매점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불법보조금 지급도 불사하는 가운데, 이마저도 ‘성지’로 불리어지는 일부 판매점에서만 국한된 이야기라고 업계는 토로한다.

예컨대 여러 유통채널 가운데 법인(B2B)채널은 대량판매를 전제해 고가의 장려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만 폰을 판매해야 하는 법인폰을 온라인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하면서 결국 상대적으로 장려금을 적게 받는 타 유통채널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이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자율정화시스템을 두고 시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오히려 유통채널 간 차별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특정 지역에서 40만원 이상의 장려금이 감지되면 KAIT가 통신사에 벌점이 부과한다. 이에 과열 신호가 감지되면 3사는 벌점회피를 위해 해당 지역에서 영업정책을 축소하는 가운데, 피해는 오롯이 당초 장려금이 적은 유통채널의 몫이라고 말한다.

방통위 역시 현재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을 판매점까지 확대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 중이다. 장려금을 정산화해 특정 유통채널에 장려금이 쏠리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로, 현재는 통신사와 대리점 사이에만 구축돼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방통위가 음성채널에서 오가는 장려금을 어디까지 파악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법인채널만 해도 소셜네트워크(SNS)에 임시채널을 만들고 일시에 판매한 뒤 곧바로 폐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장려금 정산화로 유통점 간 차별이 없어지면 결국은 이용자 차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을) 7월까지 구축하는 것으로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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