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안랩 주가가 연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2일에는 전일대비 2.26% 하락한 9만5200원을 기록했다. 3월 24일 장중 최고가인 21만8500원 대비 절반 이하다.
안랩의 주가 상승 동력은 안철수 창업주 개인에 대한 기대감, 외국인 매수세, 사이버보안 시장 확대 등으로 꼽힌다. 이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안철수 효과’다.
안철수 창업주는 안랩 지분 18.57%를 보유한 대주주로, 자신이 출자한 동그라미재단 지분 9.99%까지 더해 28.57%가량이 안 창업주의 우호지분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722억원이다. 자사주 13.26%까지 포함하면 약 41.82%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자사주는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제3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윤석열 당선인이 안철수 창업주가 ‘공동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안 창업주의 역할론이 조명받는 시기에 안랩의 주가는 급상승했다. 다만 안 창업주가 국무총리직을 고사한 이후 새 정부 구성에 별다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이 주가하락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개인 투자자의 심리적 요소와 별개로, 안랩의 주가를 높인 것은 외국인 매수세, 그중에서도 미국 자산운용사 퍼스트트러스트(FirstTrust)의 매수다. 퍼스트트러스트의 사이버보안 상장지수펀드(ETF)에 안랩이 편입됐다. 지분 14.96%를 보유하며 안랩의 2대주주에 올랐다.
퍼스트트러스트는 안랩 주식 149만7711주를 평균 10만6480원에 매수했다. 매수 금액은 1594억원가량인데, 22일 기준 1425억원으로 10.5%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손해액은 168억원에 달한다. 퍼스트트러스트가 지분을 매도할 경우 추가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22일 기준 안랩의 외국인 보유율은 30.34%로, 30% 선에서 오르내리는 중이다. 퍼스트트러스트는 3월 25일 최후 매수 이후 매매를 멈춘 상태다.
특이점은 기관이 매수세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4월 4일부터 최근 20거래일 동안 기관은 18거래일 동안 순매수했다. 20거래일의 누적 매수량은 15만1730주로 지분 1.5%에 달한다.
안랩은 작년 4월 말경에 1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사이버보안 시장이 호황인 상황서 실적 성장이 예견된다. 다만 실적보다는 안철수 창업주를 둘러싼 정치 지형의 변경, 퍼스트트러스트의 향후 행보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