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안랩이 1일 종가 11만9600원을 기록했다. 지난주인 3월 25일 종가 13만5700원 대비 11.8% 하락한 금액으로, 3월 24일 장중 신고가 21만8500원 대비로는 절반에 가까운 금액대다.
금주 안랩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은 3월 30일 안철수 창업주가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발표 당일날 안랩 주식은 전일대비 11.7% 급락했다.
안철수 창업주는 안랩 지분 18.57%를 보유 중이다. 이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주식을 백지신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국무총리 역임 또는 지방선거 출마로 안 창업주가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하리라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안 창업주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당장의 백지신탁 가능성은 소멸했다.
곧 있을 지방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총리 철수’ 내지는 ‘정치 철수’를 했다는 혹평이 제기된다.
◆어느새 외국인 지분 31%··· 안철수·동그라미재단 지분 합 넘었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실망감과는 별개로 외국인은 여전히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외국인 매수가 시작된 3월 14일부터 1일까지 15거래일 중 외국인은 14일을 순매수했다. 15거래일 동안의 누적 매수량은 170만4960주에 달한다. 1일 기준 외국인 보유율은 31%다.
외국인 보유율의 증가는 미국 자산운용사 퍼스트트러스트(First Trust)의 영향이다. 퍼스트트러스트는 자사의 사이버보안 ETF ‘퍼스트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시큐리티 ETF(CIBR)’ 및 ‘퍼스트트러스트 글로벌 펀드 Plc – 퍼스트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시큐리티 UCITS ETF’를 통해 안랩 지분 14.96%를 매수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만큼 보유량과 취득단가 등의 공시 의무가 발생했다. 퍼스트트러스트는 3월 18일 10만1181원으로 117만6690주를 매수한 뒤 25일까지 추가 매수를 이어왔다.
퍼스트트러스트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한국 증권시장에의 공시 의무보다 퍼스트트러스트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지분율 변화 확인은 빠르다. 3월 25일 이후 퍼스트트러스트는 지난 31일(현지시각)까지 매수 및 매도 없이 주식을 보유 중이다.
1일 기준 안랩의 외국인 지분은 안철수 창업주의 지분 18.57%, 안 창업주가 출연한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 지분 9.99% 등을 합한 28.57%를 넘는 수치다. 자사주 13.26%의 경우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제3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퍼스트트러스트, 언제든지 팔고 나갈 수 있는 위치··· 변수 없으면 하락 불가피
안랩은 2021년 매출액 2072억원, 영업이익 229억원을 기록했다. SK인포섹(현재 SK쉴더스)에 이어 2번째로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한 정보보안 기업이다. 고무적인 상승이나 주가 상승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안랩의 매출 97%는 국내에서 발생한다. 한국 정보보안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기업이 성장하는 구조인 탓에 극적인 실적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퍼스트트러스트는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공시했다. 퍼스트트러스트가 보유한 안랩 지분 14.96%의 평균 매수가는 10만6480원으로, 1일 종가 기준 퍼스트트러스트는 12.3%의 수익을 거두는 중이다. 퍼스트트러스트의 매수 포지션이 공개돼 있는 만큼 안전장치로 이를 투자 지표로 삼는 것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을 이끈 퍼스트트러스트 등 외국인이 매도로 전향할 경우 안랩의 주가는 곤두박질 칠 위험이 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장중 15만원가량까지 치솟았던 안랩의 주가는 선거 이후 4만원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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