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로톡(로앤컴퍼니), 강남언니(힐링페이퍼), 쏘카 대표 3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 기업은 전통산업‧규제 갈등을 전면에서 겪은 곳으로, 혁신 성장과 퇴보 기로에 서 있거나 이를 경험한 바 있다.
현재 로톡과 강남언니는 각각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갈등을 빚고 있으며 쏘카는 택시업계 반발로 2019년 ‘타다 금지법’으로 당시 성장세가 꺾인 바 있다. 쏘카는 지난해 11월 타다 지분을 정리했다.
16일 한국벤처창업학회는 ‘스타트업 생태계 현재와 미래발전 방안’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들이 토론을 통해 스타트업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목소리를 냈다.
이날 법률 플랫폼 서비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리걸테크 업체가 7000개가 넘으며, 이미 100억달러 투자가 이뤄졌다.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은 10개 이상”이라며 “한국 리걸테크 산업의 발전단계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들이 최신 기술과 데이터로 중무장해서 한국으로 들어오면, 국내 리걸테크 기업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톡은 변호사법상 합법 서비스로 수차례 인정받았다. 과거 검찰 무협의 처분 두 번, 경찰 불기소 결정을 받았다. 법무부 장관도 합법성을 인정했다. 중기부, 과기정통부, 공정위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변협과의 갈등이다. 변협은 로톡을 불법서비스로 규정하고, 로톡에 가입한 모든 변호사에 소명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4000여명에 달했던 로톡 변호사는 현재 170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
김 대표는 “수사 기관에서 세 번이나 합법 서비스라고 인정을 해줬음에도, 계속적으로 문제삼고 있는 사례가 전세계에서 있는가”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입장을 들어주면서 빠른 해결을 바랐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로톡 서비스 존속 여부를 국민 대다수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르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의협과 대치 중인 강남언니도 답답한 상황이다. 의협은 강남언니 플랫폼 내 후기 정보도 광고로 보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의료 정보 선택 때 필요한 가격 정보 공개도 금지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의협은 강남언니와 같은 미용의료 플랫폼도 의료 광고 사전 심의 대상에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강남언니는 성형외과‧피부클리닉 등 미용병원 정보 플랫폼이다. 고객이 미용의료 경험과 시술 전‧후 사진을 스스로 올린다. 이를 보고 본인에게 적합한 시술, 병원, 의사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전에는 병원에서 피부 레이저를 받을 때, 종류와 용량당 가격 등을 상담 실장과 대화 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강남언니에서는 이를 고객에게 투명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같은 행위를 의협에서 의료광고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승일 대표는 “이용자 후기도 광고 효과가 있어 의협 광고 심의 영역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강남언니 플랫폼 내 모든 콘텐츠가 사실상 광고로, 의협이 심의할 수 있게 된다”며 “보건복지부 가이드에서는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비급여 미용의료 가격을 알리도록 권장하는데, 의협은 이와 상반되게 가격표시를 하지 말자고 서명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광고를 금지하는 기준이 자의적인 이익단체의 자율심의기구(의협)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나 국가 법과 원칙에 맞아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강남언니와 같은 서비스는 고객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강남언니는 한국과 일본에서 서비스 중이다. 일본에서도 가장 많은 입점 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보험수가 적용 의료 영역과 보험수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 비급여 의료 영역은 시장경제에 어느정도 맡기고 있어, 투명한 정보 제공 서비스에 사실상 제약이 없다.
홍 대표는 “한국은 비급여, 급여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적 의료법으로 해석해 시장경제로 이뤄지는 미용 의료까지 보편적 의료로 컨트롤하고 있다”며 “일본만 하더라도 미용의료 업계를 다르게 규제하고 있는데, 한국은 하나의 의료법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 벽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재욱 쏘카 대표는 ‘네거티브 규제’ 정책 중요성을 피력했다. 법에 쓰여 있는 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모든 것을 허용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환경이 마련돼야 새로운 혁신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박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있지만, 샌드박스를 벗어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가차 없이 또 규제를 적용한다”며 “샌드박스보다 더 넓은 백사장 같은 공간이 있어야, 모래집을 쌓다가 궁궐과 성을 짓는 식으로 커져 나간다. 작은 범위 안에서만 놀게 한다. 많은 혁신과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놓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대표도 정부가 명확하게 혁신을 금지하지 않도록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일갈했다. 모빌리티, 디지털헬스케어, 리걸테크,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영역에서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는 현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혁신을 뒤로 하면, 미래 세대가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리걸테크 등은 세계적인 흐름에서 동떨어져서 아예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뒤처지거나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해외에서는 유니콘이 수십 개씩 나오고 데카콘이 나오고 있다. 결국은 신산업과 전통산업 갈등 영역에서 정부가 아무 손도 들어주지 못하거나 목소리 큰 쪽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타다가 금지됐을 때 사회적으로 굉장히 안 좋은 시그널을 줬다.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것도 법을 바꿔서 금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든 이익단체들이 스타트업과 타협하지 않고, 정부와 국회에 몰려가 금지해달라고 한다”며 “정부가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된다. 혁신을 금지하는 방법은 없으며, 심지어 합법적인 서비스를 법을 바꿔 금지하는 방법은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최 대표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스타트업 중심 전략을 제안했다. 더 이상 청년 취업 대책, 중소기업 정책 일환으로 스타트업을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봤다. 관련해 최 대표는 새 정부에 ▲플랫폼 기반 수평적 정책 지원 체계 ▲디지털 스타트업 정책 총괄 범부처 전담 조직 ▲자율 규제, 사후 규제 방식으로 전면 개편 ▲네거티브 방식 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