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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콘텐츠 '제값받기'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최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콘텐츠 제값받기’에 나섰다.

‘제값받기’는 사실 소프트웨어(SW)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발주기관으로부터 SW사업에 대한 적정대가를 받기 어려운 업계의 실정을 담은 말이다.

최근 이 같은 표현은 PP업계에서도 종종 쓰인다. 인터넷TV(IPTV)업체로부터 콘텐츠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통해 K-콘텐츠의 가치는 크게 상승했지만, 정작 IPTV 업체가 PP업체에 지불하는 콘텐츠사용료는 수년 전과 비교해 거의 그대로다.

PP업체 A사는 지난해 IPTV업체 B사를 상대로 전년대비 약 3배 인상된 콘텐츠사용료를 요구했다. A사는 B사가 불공정한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해 왔다고 주장한 가운데 B사는 과도한 인상률이라며 반박했다. 당시 이 이슈는 오히려 A사의 갑질로 비추어지며 여론은 B사 쪽으로 기울어졌다.

하지만 모수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B사가 A사에 지급하는 콘텐츠사용료는 분기별 5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6편으로 구성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제작비가 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B사로부터 받은 콘텐츠사용료는 6분의 1수준이다.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제작비도 무려 200억원에 이른다.

IPTV업계는 콘텐츠사용료로 제작비를 충당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특히 CJ ENM을 지목하며, 수신료의 절반 가까이를 콘텐츠사용로로 지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PP업계의 대답은 이렇다. “자네가 우리 콘텐츠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건 말이되고?”. 지난해 IPTV 3사는 시청자가 지불한 수신료로 1조9075억원을 벌어들였다. 반면 전체 PP업체에 콘텐츠사용료로 지불한 금액은 4742억원이다. 전체 수신료 매출의 24%다. 이 비중은 올해 16%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PP업체의 규모가 작을수록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업체마다 제공의 채널의 수가 상이하지만, 3사가 평균 250개의 채널을 제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일부 대형 PP를 제외한 개별 PP업체당 돌아가는 콘텐츠사용료는 더욱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PP업계가 넷플릭스와 같은 청사진을 그리긴 실질적으로 어렵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해부터 PP와 IPTV 간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결국 '콘텐츠 제값받기'라는 과제는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차기 정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콘텐츠사용료에 그 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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