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 이용대가 소송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OCA’(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다.
넷플릭스는 이 OCA를 들어 SK브로드밴드들에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OCA로도 트래픽 부담을 해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진행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항소심 첫 변론에서도 OCA가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앞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심에서 패소했다.
OCA는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 기반의 캐시서버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트래픽 절감 솔루션’이 적용된 ‘콘텐츠 저장고’인 셈인데,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트래픽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변론에서 넷플릭스 측 대변인은 “넷플릭스는 착신 ISP에 OCA를 무상 제공하고 있고이를 통해 데이터 전송량을 줄여왔다”며 “착신 ISP는 콘텐츠를 요청할 때마다 매번 콘텐츠를 전송할 필요 없이 새벽에 OCA를 한번만 업데이트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변론은 최근 들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초래하면서 ISP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2011년부터 전세계 일부 ISP에 OCA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그러나 SK브로드밴드가 OCA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고 봤다. 넷플릭스 측 대변인은 “수천만 가입자를 과점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는 착신 독점을 이용해 넷플릭스에 통행세를 받아내려 한다”며 “‘삥을 뜯는다’는 비유도 나온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과거 컴캐스트가 착신 독점력을 이용해 넷플릭스로부터 비용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망 이용대가에 반대하는 여론이 공감을 얻으면서 상황이 변화했다”며 “2016년 컴캐스트와의 계약을 변경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그러나 다른 입장이다. 만일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대로 국내에 OCA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이는 ISP들의 망 부담을 줄여주지 못하며, 오히려 OCA를 설치해서 이득을 보는 쪽은 넷플릭스뿐이라는 것이다.
이날 SK브로드밴드 측 대변인은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 과정을 네 단계로 분류했다.
예컨대 이용자가 콘텐츠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접속하면,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 내 ‘넷플릭스 컨트롤 플레인’(NETFLIX CONTROL PLANE)이라는 서버로부터 홈페이지 데이터를 송수신한 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통해 사용자 인증을 한다. 이것이 1단계다.
이어 이용자는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 콘텐츠를 검색하고 선택하며(2단계), 넷플릭스는 이용자가 선택한 콘텐츠를 송신할 OCA의 위치를 결정한 후 이용자 단말기에 콘텐츠 송신을 요청하는 OCA 주소 정보를 송신(3단계)한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여기까지는 ISP에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문제는 네 번째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의 단말기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스트리밍 형태로 송신(4단계)하는데,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트래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OCA를 지정해 콘텐츠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야기하는 트래픽이 엄청나다”면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 이후 작년까지 그 양은 40배로 뛰었고, 라우터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택배업체에 비유를 해서 물건 무게에 따라 차별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런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짐을 나르는 업체는 CDN들이고, 넷플릭스의 OCA는 CDN을 내재화한 것으로 사실상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것은 CP 몫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OCA에 1.2조원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며 “만약에 자기들이 의무가 없다면 안 했을 것인데, 넷플릭스가 이유가 없다면 왜 투자하겠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