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정공방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의 역무 정의가 이번 공방의 중심이 된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상인의 보수청구권’을, 넷플릭스는 ‘빌 앤 킵(Bill and keep)’ 원칙을 새롭게 앞세웠다.
◆‘빌 앤 킵’ 원칙 내세운 넷플릭스…“SKB 망 이용대가 요구할 입장 아냐”
16일 서울고등법원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심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1심에서 망중립성을 내세웠던 넷플릭스는 입장을 바꿨다. 2심에선 ‘빌 앤 킵’ 원칙을 들고 나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세계에서 확립된 관행인 ‘빌 앤 킵’ 원칙에 따라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를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측 대변인은 “‘빌 앤 킵’은 ISP가 자신의 인터넷 이용자로부터 접속료를 받아 비용을 충당하고 상대 ISP에 돈을 더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며 “CP와 ISP가 피어링할때도 마찬가지로 각자가 자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인터넷 세계의 본질이 그렇다”고 말했다.
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이용약관을 들며 망을 이용한 콘텐츠 전송의 의무는 ISP에게 있으니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게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아님을 밝혔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자사 약관엔 “인터넷에 접속하는 요금은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적힌 반면, SK브로드밴드의 약관엔 “다운로드 속도가 미달할 경우 이용요금을 감면해 준다”고 적혔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 대변인은 “콘텐츠를 전송할 의무가 피고에게 있기 때문에 최대 속도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피고는 이용자들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이지, 넷플릭스에 역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선 변론준비기일에서 언급한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또 한번 강조하며, 자신들은 CP로써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도 강조했다. OCA는 특정 시간대 가입자들이 볼 콘텐츠를 예측해 서비스 국가 인근 캐시서버에 미리 저장해두는, 넷플릭스의 자체 CDN 기술이다. 넷플릭스는 OCA를 설치해 콘텐츠를 서비스 국가 인근까지 가져와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여왔다고 주장해 왔다.
넷플릭스 측 대변인은 “OCA라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있지만 SK브로드밴드는 착신 독점력을 이용해 통행세를 받아내려고만 한다”며 “착신 독점력을 남용하는 행위를 두고 어느 교수님은 ‘삔 뜯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날을 세웠다.
◆SKB "기간통신역무 제공했으니 보수 청구할 권리 있어"
SK브로드밴드는 ‘상인의 보수청구권’를 내세워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가 말한 상인의 보수청구권은 상법 제61조에 명시돼 있다. 상법 제 61조에 따르면 상인은 그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해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해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 측 대변인은 “피고는 상인이고, 피고가 원고들을 위해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한 것을 타인을 위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에게 상법 제61조에 따라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정의한 ISP의 콘텐츠 전송 의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는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의 약관을 들며, 콘텐츠 전송 의무는 SK브로드밴드가 아닌 넷플릭스에 있으니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가 언급한 넷플릭스 약관 1조에는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회원에게 영화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 대변인은 “(콘텐츠를) 넷플릭스가 제공해야 된다는 의무를 약관 첫 부분에서 밝히고 있다”며 “그 부분을 외면한 채 상대방의 약관을 들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또 SK브로드밴드는 전기통신사업법 2조에 적힌 기간통신역무를 인용해 자신들의 역무는 송·수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까지임을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대변인은 “전기통신사업법 2조에 적힌 기간통신역무는 전화·인터넷 접속 등과 같이 음성·영상 등을 그 내용이나 형태의 변경 없이 송신 또는 수신하게 하는 것”이라며 “‘하게 하는’ 시설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송신 수신하는 책임은 부가통신사업자에 있다”고 말했다.
OCA 역시 콘텐츠 전송 의무가 넷플릭스에 있음을 역설한다고 SK브로드밴드 측은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대변인은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택배업체에 비유해 물건의 무게에 따라 차별한다 말하지만 그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며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인 OCA를 내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콘텐츠 전송이 CP의 의무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OCA를 설치하기 위해 1.2조를 투자하고 있다고 하는데 넷플릭스가 이유가 없다면 왜 투자하겠냐”고 반문했다.
넷플릭스가 내세운 ‘빌 앤 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라는 넷플릭스의 주장과 달리, ISP들 사이에 정산방식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빌 앤 킵은) ISP들 사이에서 교환되는 트래픽 양이 대등한 경우, 또 이로인해 발생한 경제적 효익이 비슷한 경우 상호무정산하자는 의미”라며 “참으로 무리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양측의 다음 변론 기일은 오는 5월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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