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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인상 어려운 국내 OTT들, 넷플릭스와 공존하려면?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월 구독료가 인상되는 추세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미국과 캐나다에서 요금을 올린 데 이어 아마존프라임도 최근 구독료 인상을 감행했다. OTT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콘텐츠 수급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내 OTT들의 경우 당장의 구독료 인상이 어려울 전망이다. 콘텐츠 비용에 인색한 국내 시장 특성상 요금 인상은 오히려 구독자 이탈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 OTT들처럼 자본력 기반의 콘텐츠를 내세우기 보단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디즈니·넷플릭스→아마존프라임 요금 인상… “가입자의 지불의사가 중요”

5일(현지시각) 씨넷 등 복수의 외신매체에 따르면 아마존프라임은 오는 18일부터 월 구독료를 12.99달러(약 1만5600원)에서 14.99달러(약 1만8000원)로 15% 인상한다. 기존 이용자의 경우 3월25일 이후 변동된 요금이 적용된다.

해외 OTT 가운데 요금 인상을 결정한 곳은 아마존프라임이 처음이 아니다. 아마존프라임에 앞서 월트디즈니가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월 구독료를 월 6.99달러에서 7.99달러로 1달러 인상한 데 이어 넷플릭스도 지난달 미국과 캐나다에서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특히 미국에서 넷플릭스는 최고가 요금제인 프리미엄 구독료를 17.99달러(약 2만1400원)에서 19.99달러(약 2만3700원)로 2달러 인상하면서 OTT 가운데 가장 비싼 요금제를 가지게 됐다.

넷플릭스 등 해외 OTT가 최근 잇따라 요금 인상을 단행하는 배경엔 콘텐츠 경쟁력 강화가 지목된다. 매체는 최근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등 OTT 각축전이 치열해지면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구독료 인상분은 콘텐츠 제작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요금 인상이 무조건 OTT에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섣부른 요금 조정은 오히려 가입자 이탈로 이어져 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만큼 각 사업자는 인상 폭과 시점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OTT들을 보면 구독료를 일괄적으로 올리기보단 각 나라마다 인상폭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며 “요금을 인상해도 충분히 지불의사가 있는 가입자를 보유한 국가에서부터 우선적으로 요금 인상이 단행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넷플릭스의 경우 매출의 44%가 발생하는 북미 시장에선 총 세차례의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인도에선 요금을 60% 인하했다.

◆요금 인상 어려운 시장구조… “브랜드 이미지 형성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OTT의 경우 당장 요금이 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저 요금제 기준 국내 OTT의 평균 비용은 약 8000원으로, 해외 OTT(넷플릭스·아마존프라임 ·디즈니플러스 3사 평균 1만3000원)와 비교해 저렴하지만 이용자의 지불 의사도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최근 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디지털전환 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이용 중인 OTT의 요금이 현재에서 10% 인상될 경우 ‘다른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37.6%, ‘아예 이용하지 않는다’는 11.2%에 달했다. 또 이용자의 42.5%가 온라인동영상에 대한 불만사항으로 콘텐츠 이용에 드는 경제적 비용을 꼽는 등 콘텐츠 비용 지불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이런 시장 특성은 예로부터 무료 서비스에 익숙한 탓도 있겠지만 저렴한 유료방송 요금도 한몫했다. 국내 유료방송 요금은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 유료방송 요금의 대략 8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가격 면에서 유료방송이 OTT보다 경쟁 우위에 서 있는 것이다.

천혜선 위원은 “해외에서도 요금 인상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요금 인상으로 가입자가 이탈하기 보단 이용자당평균매출(ARPU)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고 요금제에서 최저 요금제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국내 이용자들의 경우 처음부터 최저 요금제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요금 인상이 가입자 이탈로 이어지기 쉽다”고 덧붙였다.

요금 인상이 어려운 시장구조인 만큼 국내 OTT사업자들에겐 차별화된 서비스가 요구된다. 이 때 차별화된 서비스란, 직접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 브랜드가 가지는 특수한 이미지를 말한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비례해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국내 OTT 사업자들은 투자를 안하면 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초기 디즈니플러스가 어린이 이용자들을 주 고객으로 삼았다면 넷플릭스는 소위 ‘긱스’(괴짜)로 불리어지는 이들을 타깃으로 했다. 이용자들 역시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 HBO맥스 등을 떠올릴 때 기대하는 부분이 뚜렷하지만 왓챠와 웨이브, 티빙 등에선 그렇지 않다.

천혜선 위원은 쿠팡플레이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쿠팡플레이의 경우 최근 구독료 인상을 단행했지만 가입자 이탈이 별로 없었다. 쿠팡플레이가 제공하는 포지셔닝이 다른 OTT들과 차별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 위원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전략은 고품질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다. 중복 이용자 비중이 높은 OTT 시장이기에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용자가 쿠팡플레이에 가입해도 겹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스포츠 중계와 SNL코리아 등 예능프로그램 확보가 대표적이다.

천혜선 위원은 “결과적으로 OTT가 공존하기 위해선 각자의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OTT라는 비즈니스를 단일 서비스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모델들하고 결합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형태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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