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3사의 5G 주파수 전략이 난항을 빚고 있다. 전국망 대역인 3.5㎓ 대역에선 추가할당을 둘러썬 신경전이, 도심 핫스팟용의 28㎓ 대역에선 투자 부족으로 주파수 회수 위험에 처해 있다. 5G 품질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근본적으로는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특정사업자만 유리” “우리도 더 달라” 3.5㎓ 주파수 전쟁
5G 주파수 대역은 크게 3.5㎓와 28㎓ 대역으로 나뉜다. 3.5㎓ 대역은 저주파수 대역이다. 고주파수보다 데이터 전송량이 적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길고 전송속도도 빠르다. 반대로 고주파수 대역인 28㎓는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이 약해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대신 대역폭이 넓어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강점이 있다.
국내 통신사들은 그래서 3.5㎓ 대역에서 전국망을 구축하고, 28㎓ 대역은 도심 핫스팟용으로 투자를 했다. 전국망 대역인 3.5㎓ 대역에서의 경쟁력은 1년에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되는 정부의 5G 품질평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통신사들이 5G 3.5㎓ 대역 주파수 추가할당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발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 5G 3.4~3.42㎓ 대역 주파수 20㎒ 폭을 경매로 추가 할당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인접대역인 3.42~3.5㎓ 대역을 갖고 있던 LG유플러스의 추가 할당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인데, SK텔레콤과 KT는 이 할당이 LG유플러스에만 유리한 할당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통신사가 보유한 주파수 자원은 5G 품질과 직결된다. 원래 LG유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20㎒ 폭 더 적은 80㎒ 주파수 폭만 갖고 있었는데, 그동안엔 이 열위를 장비 성능으로 상쇄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추가할당을 받아 총 100㎒ 폭을 갖게 된다면, 5G 품질평가에서 2위 사업자인 KT를 제칠 가능성이 생긴다.
문제는 정부가 추가할당하겠다고 밝힌 대역은 LG유플러스가 가진 대역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인접대역을 가진 LG유플러스는 추가 투자 없이 주파수를 바로 확장해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인접대역이 없는 경쟁사들은 이번 할당이 LG유플러스에만 유리하다며 애시당초 불공정한 경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엔 SK텔레콤까지 자신이 가진 대역(3.6~3.7㎓)의 인접대역인 3.7㎓ 이상 대역 40㎒의 추가할당을 요청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총 60㎒ 폭을 함께 경매하자는 주장인데, LG유플러스는 별개의 할당 요청으로 봐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정부는 오는 2월 통신3사 CEO를 만나 논의하겠다고 일단락지었지만,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 막판 무더기 신고에 발등 불 떨어진 28㎓ 기지국 구축전
5G 28㎓ 대역의 경우 상황은 더 급박하다. 당초 정부는 2018년 5G 주파수 경매를 진행하면서, 28㎓ 대역에 대해 2021년까지 3년간 통신3사 합산 4만5000대를 구축할 것을 의무로 부여했다. 만약 이 시점까지 실제 구축 완료 수량이 의무 수량의 10%인 4500개에도 못 미칠 경우,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도록 되어 있었다.
즉, 통신사들은 각사별로 1500개씩을 지난해까지 구축 완료했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은 이 조건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통신3사가 준공을 완료한 28㎓ 기지국은 총 138개에 그친다. 의무이행 기준 대비 이행률이 0.3%에 불과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12월30일 이행점검 기준 확정 발표를 통해, 기준을 어느 정도 완화해줬다. 통신3사가 지하철에 공동 구축키로 한 기지국을 각사당 실적으로 중복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한 통신사들이 연말까지 실제 구축이 아닌 개설신고만 해 놓아도, 이행 점검월인 4월까지 구축을 완료한다면 이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에 통신사들은 지난해 연말까지 28㎓ 대역 기지국 설치 계획을 무더기로 신고한 상태다.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달간 통신3사가 설치하겠다고 신고한 28㎓ 기지국은 1677개였다. 이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통신사들이 신고한 건수(437개)와 비교하면 한달 새 무려 4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결국 통신사들이 지난 3년간 28㎓ 대역 투자를 게을리 했고,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통신사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새어나오고 있다. 애당초 28㎓ 대역은 핫스팟용인데도 정부가 무리한 할당 조건을 부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통신사들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주파수가 회수되면, 그 여파는 소비자들에게 미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현실적인 입장을 고려해 어느 정도 기준을 완화해준 것은 맞다”면서 “다만 통신사들이 지난해 연말까지 설치 계획을 신고한 건에 대해 이행점검이 예정된 올 4월까지 제대로 구축을 완료하지 못한다면 절차대로 주파수 할당이 취소될 것”이라며 ‘봐주기’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5㎓ 대역과 28㎓ 대역에서의 논란 모두 통신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못한 과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와 통신3사가 주파수 전략에 있어 투자와 경쟁을 촉진하되 사업자들의 현실적인 입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