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SK텔레콤이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정부가 5G 주파수 3.4~3.42㎓ 대역 20㎓ 폭 추가할당(경매)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번엔 3.7㎓ 이상 대역 40㎒ 폭을 추가할당해달라고 정부에 역제안한 것이다. 앞선 3.4~3.42㎓ 대역 추가할당 계획이 LG유플러스에 유리하게 흘러가자, 배수진을 친 것과 다름없다.
25일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를 제외한 통신사들도 동일 조건의 5G 주파수를 확보한 후 경매를 진행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할당을 추진 중인 대역과 또 다른 대역인 3.7㎓ 이상 대역 40㎒폭(20㎒ x 2개 대역)을 함께 경매에 내놓자는 제안이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5G 주파수 3.4~3.42㎓ 대역 20㎒ 폭을 추가할당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역은 LG유플러스가 보유한 대역(3.42㎓~3.5㎓)과 인접해 있어, 추가 투자 없이 주파수를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게다가 LG유플러스는 앞선 2018년 본경매에서 경쟁사들보다 20㎒ 폭 더 적은 주파수를 가져간 참이었다.
SK텔레콤과 KT는 그러나 이것이 LG유플러스에만 유리한 할당이라며 반발했다. 이들 통신사의 경우 해당 대역을 사용하려면 주파수 집성기술(CA)을 통해 추가 투자를 해야만 하는데, 결국 비용과 시간이 더 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가져가더라도 사용 기간과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예정대로 주파수 추가할당을 강행할 조짐이 나타나자, SK텔레콤이 역제안을 던진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는 정부가 당초 주파수 할당 목적으로 밝힌 ‘고객 편익’과 ‘투자 촉진’에 가장 합당하다”면서 “3사 모두 추가 5G 주파수를 확보해 공정경쟁이 가능하며, 모든 국민의 편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3.7㎓ 이상 대역은 SK텔레콤의 인접대역이다.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추가 주파수를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LG유플러스가 ‘소비자 편익’을 위해 추가할당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강조한 것을 그대로 차용해 명분을 얻는 동시에, LG유플러스의 추가할당에 대비해 5G 품질 경쟁력까지 방어할 수 있는 ‘묘수’로 읽힌다.
다만 KT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 KT의 5G 주파수 대역은 3.5~3.6㎓ 사이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사이에 ‘낀’ 대역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든 주파수를 확장할 수 없다. KT는 이번에 SK텔레콤이 추가로 요청한 주파수 대역에서 추가할당이 이뤄지더라도, CA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은 그대로다.
정부는 SK텔레콤의 요청을 신속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SK텔레콤의 설명자료가 나간 이후 곧바로 별도의 설명자료를 내고 “SK텔레콤이 공문을 통해 요청한 40㎒ 추가할당 건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 및 정책을 토대로 관련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검토해 답변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이날 열린 한 공식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SK텔레콤의 추가할당 요청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아직 자세한 보고는 듣지 못했다”며 “논의를 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LG유플러스가 요청한 5G 주파수 경매와의 병합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최소한 신년 기자간담회(27일)에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당장 추가할당을 결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SK텔레콤이 요청한 구간은 현재 위성통신용으로 사용 중이라, 앞선 20㎒ 폭과 달리 올해 안에 할당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2021년까지 이동통신용으로 쓸 수 있도록 확보하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아직 클리어링(간섭 제거)이 됐는지 확인되진 않았다.
다만 결과적으로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의 요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정상 기존 20㎒ 폭 추가할당을 계획대로 진행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와 전파법 시행령에 따르면 앞선 20㎒ 폭 할당에 대한 공고는 늦어도 이번 주에 나와야 하는데, 추가 검토 사항이 생겼으니 줄줄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