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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자급제 유통 가이드라인’ 개정…제2 쿠팡사태 막을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를 위한 유통 가이드라인을 올해 1월1일자로 개정했다. 지난 2019년 첫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2년 만이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최근 쿠팡이 KB리브엠과 연계해 불법지원금으로 자급제 단말을 판매해 경고를 받은 가운데 재발을 막기 위해 내용을 구체화 하는 데 초점을 뒀다.

하지만 개정 가이드라인상으로도 자급제와 이동통신사향 단말기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불·편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통신사업자·유통업계와 회의를 갖고 자급제 활성화 방안 및 가이드라인 개정 방향 등을 논의한 결과 올해 1월1일자로 ‘자급제 단말기 유통 가이드라인’을 개정·시행했다.

개정 내용은 큰 변화가 없지만, 자급제 단말기 판매에 있어 ‘서비스 가입조건 혜택제공 금지’ 항목에서 ‘자급제 단말기 판매자가 특정 통신사 가입조건과 연계해 추가 할인이나 혜택을 차별 제공하거나 제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가이드라인에서도 같은 내용의 금지사항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판매자가 차별 혜택을 직접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제안’하는 것까지 금지한 것이 특징이다. 판매자의 자급제 단말기 차별 판매 제재를 이전보다 강화한 것이다.

이는 앞서 쿠팡이 지난해 10월 아이폰13을 판매하면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인 KB리브엠과 연계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과 연관돼 있다.

당시 쿠팡은 아이폰13을 KB리브엠 유심 요금제와 함께 구매하는 조건으로 최대 22만원의 쿠팡캐시와 상품권을 제공했다가 가이드라인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쿠팡은 이에 대해 “KB리브엠의 마케팅에 따라 판매를 한 것일뿐 쿠팡이 직접 ‘제공’하는 프로모션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이 같은 해석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제안’ 행위까지 금지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최종 판매채널에서 이뤄지는 경제적 이익을 포함해 무분별한 차별적 혜택을 주지 말자는 것”이라며 “사업자들이 이 부분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여전히 자급제와 통신사향 단말기 구분이 불분명하다고 우려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동일 출고가의 동일 단말기를 일부는 자급제로 일부는 통신사향으로 공급하는데, 정작 시장에선 이것이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면서 “제도상 유형별로 구체적인 분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예컨대 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공식 유통채널인 ‘U+샵’에서 자급제 단말기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채널인 쿠팡이 통신사인 리브엠과 연계해 자급제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방통위는 이것이 가이드라인 위반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구입과 서비스 절차가 분리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자급제 단말 판매 과정에서 이뤄지는 이용자 차별 행위에 대한 금지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신사향 단말기 유통은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근거해 이용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자급제 단말기 유통에 관해서는 가이드라인상에 이용자 차별을 막을 근거가 미흡한 실정이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급제 단말기는 대형 양판점이나 오픈 채널에서 각종 경품제공과 카드할인에 선택약정할인(선약)까지 받는데, 일반 통신사 판매점은 공시지원금이나 선약 둘 중 하나만 받을 수 있다”며 “자급제 활성화 취지는 좋지만 단통법 규제를 받는 일반 유통점들과의 차별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봤다.

방통위는 그러나 가이드라인으로는 제재 한계가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동일 채널에서 이용자를 차별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서로 다른 채널에서 각각 줄 수 있는 혜택이 다른 것은 별개의 얘기”라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는 조만간 자급제와 통신사향 단말기 유형을 구체화하는 것을 놓고 사업자들과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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