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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정현 게임학회장 “보수화되고 있는 한국 게임, 이제는 달라져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게임법 전부개정안 통과 위해 노력 기울일 것”
-“게임은 융복합 경제 플랫폼…메타버스 딛고 한 차원 더 성장해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게임사요? 20년 넘게 지켜봐왔지만 어떤 문제든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새롭게 시작할 게임산업 20년에는 태도가 달라져야겠죠.”

한국게임학회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교수)는 7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며, 올해 학회가 노력해야 할 과제에 대해 크게 ▲확률형 아이템 ▲게임 심의 ▲메타버스 등 3가지를 꼽았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입법은 꼭 필요=위정현 학회장은 지난해 초 학회 신년회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후 위 학회장은 지난해 3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주주총회로 달려가 각 대표에게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꼬집으며, 1차적으로라도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위 학회장은 “예를 들면 한국 게임은 중국 게임보다 (당첨) 확률이 극악으로 훨씬 더 낮다. 한국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에는 ‘꽝’도 있지만 중국은 게이머에게 최소 꽝을 주진 않는다”며 “일본은 ‘컴플리트 가챠(이중뽑기)’ 도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 게임사는 이를 다루면서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게임사에게 자정 능력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이기도 했다. 다만 위 학회장은 지난해 초 게이머 사이에서 크게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일부 게임사의 자율규제 준수 노력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분위기가 수습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러나 위 학회장은 자율규제가 더 이상 게이머를 보호해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청소년은 확률형 아이템에 매우 취약하다. 학회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전부개정안 통과를 위해 올해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계류 중인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2020년 하반기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을 게임사가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 조치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하는 의무도 포함돼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자체등급분류 제도, 지속 고민 필요=최근 선정성이 부각된 ‘와이푸(Waifu)-옷을 벗기다’ 게임이 국내 앱 마켓에서 버젓이 유통됐던 일도 지적했다. 이 게임은 이용자가 여성 캐릭터와 가위바위보를 해 이기면 여성 캐릭터가 입고 있는 옷이 하나씩 사라지는 게임이다. 15세 이용가로 서비스되면서 미성년자인 중·고교생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위 학회장은 “폭력성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관대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면서 “다만 선정성 기준은 과거보다 훨씬 더 엄격해졌는데, 하필 많고 많은 게임 중에서 이런 게(와이푸) 부각됐는지 모르겠다. 올해는 특히 심의 이 자체에 대한 고민도 해야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심의에 대한 문제를 올해 고민거리로 꼽은 건 게임사가 심의 허점을 이용해 게이머를 대상으로 ’먹튀’를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위 학회장은 “일부 해외 게임사가 이벤트를 빙자해 치고 빠지는 걸 정말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신고 기관(게임물관리위원회)과 심의 기관(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해당하는 앱 마켓 등)에 신고된 이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이주일까지 심의로 발생하는 갭 기간에 이벤트로 확률형 아이템을 저렴하게 내놓고 팔아치운 뒤 없어지는 식”이라고 말했다.

◆“게임사의 메타버스 장·단점 인식, 좋은 게임 만드는 첫 걸음”= 위정현 학회장은 한국 게임업계가 보수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게임이 나오지 않고 있고, 기존 지식재산(IP) 우려먹기 식으로만 연명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현재 한국 게임산업 매출액을 20조원 정도로 평가했지만, 좋으면서도 제대로 된 게임 개발을 위해 게임사가 지속 노력을 기울였다면 200조원까지 닿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학회장은 국내 게임사에게 웰메이드 게임을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한 일환으로 그가 지난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한 주제에는 메타버스도 속해있다. 메타버스를 한국 게임산업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계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메타버스로 들끓고 있는 국가가 한국만 유일하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위 학회장은 “메타버스는 비즈니스 본질을 안개처럼 가려버리는 문제점이 있다”며 “최근 들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조차도 메타버스 관련주로 묶이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은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걷는다”며 “게임사 또한 메타버스라는 계단을 딛고 올라가야 더욱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게임사가 메타버스 생태계를 제작하는 기술이나 콘텐츠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디지털 휴먼(가상인간)’이다. 게임사가 디지털 휴먼과 같은 오프라인 상에서 활동하는 캐릭터를 어떻게 온라인과 연동할 것인지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게임사에게 메타버스를 자사 게임이나 이미지에 맞게 재해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위 학회장은 “메타버스는 잘못하면 한때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며 “게임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메타버스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 지에 대한 해석을 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학회나 정부도 방향을 제시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게임학회장 3연임에 성공한 위정현 학회장은 학회 20주년을 맞아 김성동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회원들과 함께 20주년사를 편찬했다. 또, 위 학회장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게임·메타버스특보단 단장에 임명됐다. 전날 국회에서 출정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특보단은 앞으로 대선 이전까지 게임과 메타버스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한 전문가 토론을 이어나가며 여론을 계속해서 모으고, 현안의 실질적인 논의 준비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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