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2020년 국내 전자문서 매출 규모를 9조원 이상으로 분석한 통계치를 발표했다. 산업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수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KISA는 국내 전자문서 산업 현황을 분석한 ‘2021 전자문서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전자문서산업의 매출 규모는 9조6851억원으로 전년대비 4.25% 상승했다.
통계의 모집단은 크게 ▲전자문서 생성·획득·변환업 ▲전자문서 관리업 ▲전자문서 교환업 등 3개로 구분된다. 각각 2조1044억원, 5조1888억원, 2조3918억원 등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자문서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의 전체 평균 매출액은 169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매출 비중은 기업(B2B)이 73.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부(B2G)는 20.2%고 개인(B2C)은 6.7%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증감 없이 현상유지를 했다는 기업이 65.9%로 과반수다. 산업 종사 인력은 전년대비 24.4% 증가한 5만1177명이다.
그러나 실태조사 결과가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산하는 2020년 소프트웨어(SW) 산업 총 매출 규모는 66조4477억원 수준이다. 패키지SW·게임SW·정보기술(IT)서비스 등이 합산된 금액인데, 전자문서 산업이 한국 SW 산업 매출의 14.5%를 차지하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실과 실태조사의 괴리는 광범위한 모집단 선정 탓으로 추정된다.
가령 전자문서 생성·획득·변환업의 세부 항목을 보면 데이터베이스(DB) 구축(21.8%), 바코드 스캐너(7.6%), CAD 시스템(7.5%) 등 순으로 매출이 높다. 전자문서 관리업에서는 전사적자원관리(ERP, 27.8%), 전사적콘텐츠관리(ECM, 9%), 보안 관련 서비스(6.9%) 등 순이다.
대부분이 정부 및 KISA에서 말해온 ‘전자문서 산업’과는 거리가 멀다. 전자문서 교환업으로 분류된 전자세금계산서(9.8%), 전자계약솔루션(8.4%), 전자상거래(6.5%), 전자고지(5.7%) 등이 통상 사용되는 전자문서 산업에 가장 가깝다.
한 전자문서 관련 SW 개발 기업 관계자는 “매출 규모에 조금 오차가 있는 게 아니라 5배, 10배에 가까운 차이가 있다고 본다. 너무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보니 황당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작년 실태조사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아마존웹서비스(AWS), 애플, 삼성, LG, IBM, 오라클 등 기업을 전자문서 기업으로 분류된 바 있다. 전자문서 기술 수준이 높은 기업을 묻는 질문에 설문조사 응답 기업들이 이들 기업을 꼽았기 때문인데, 올해는 해당 항목을 삭제했다.
모집단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은 작년에도 있었으나 올해도 큰 변화 없이 조사가 진행됐다. KISA에 따르면 해당 모집단은 전자문서 산업계와 통계 전문가가 모여 4회 정도의 회의 끝에 정비된 내용이다.
KISA 관계자는 “실태조사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인지하고 있다. 올해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며 향후 문제점을 보완해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