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사업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장 먼저하는 것이 시장 분석이다. 따라서 정확한 시장분석은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시장을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기업·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통계작성 기관에 의한 시장분석 통계다.
국내에서는 통계청법에 따라 행정기관 등이 정부 정책에 이용되는 통계를 작성하고자 할 때는 통계청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는 산업계를 위한 통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 통계의 경우 산업계로부터 ‘신뢰할 수 없는 반쪽짜리 조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령 국내 기업의 매출 등을 파악하는 통계를 작성할 때 기업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들 기업은 빠진 통계가 작성된다. 이 경우 전체 시장 규모와는 상이한 통계가 작성되기 때문에 활용성이 저하된다.
산업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통계도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공개한 2020년 전자문서산업 실태조사가 그 예다.
2020년 전자문서산업 실태조사에서는 2019년 전자문서산업계의 총 매출을 9조2906억원으로 관측했다. 2018년 기준으로는 10조3529억원이다. 이제 태동기를 거치고 있는 전자문서산업의 매출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이는 모집단에 대한 분류 문제다. 전자문서산업 실태조사에서 데이터베이스(DB)구축, 캐드(CAD), 전사적자원관리(ERP) 등까지 전자문서산업으로 포함했다. 이로 인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 아마존/아마존웹서비스(AWS), IBM, 오라클, LG 등이 전자문서 기업으로 분류됐다.
만약 DB구축 등이 전자문서산업으로 분류된다면 매출 규모상 이들이야 말로 전자문서산업의 주축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KISA의 전자문서 관련 발표 및 행사에서 말하는 ‘전자문서’는 이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 11일 KISA가 개최한 전자문서 산업인의 날과 전자문서 컨퍼런스에서는 전자고지 활성화에 기여한 카카오페이와 서울특별시에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수여했다. 또 이날 함께 진행된 전자문서 컨퍼런스에서는 ▲포시에스 ▲토피도 ▲클립소프트 등 전자문서 기업의 발표가 이어졌다. 실태조사에 반영된 구글, MS, 삼성, AWS, IBM 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이 산업계와 관련한 정책 마련 및 성장을 위해 시장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것은 응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분석을 낳고, 이는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자문서산업 실태조사는 조사 배경 및 목적을 “전자문서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현황을 제공하고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전자문서산업 활성화 정책 개발 및 전자문서산업 관련 기업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자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사 목적에 부합하는 실태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