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SK텔레콤에서 신사업 창출 과업을 안고 독립한 SK스퀘어의 첫 투자처가 얼마 전 발표됐습니다. 바로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였는데요. 두 영역 모두 최근까지 ‘핫’한 이슈이긴 합니다만 왜 하필? 이라는 의문도 적지 않았죠.
SK스퀘어는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에 약 900억원을 투자해 약 35% 지분을 확보하고 2대 주주에 오르는 동시에, 카카오계열 넵튠의 자회사이자 3D 디지털휴먼 제작 기술을 보유한 ‘온마인드’의 지분 40%도 인수했습니다.
SK스퀘어가 밝힌 투자 배경은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인데요. “고객의 활용 빈도가 늘어남으로써 장기적으로 삶의 일부이자 연장선이 될 미래 ICT 영역을 선점하기 위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일단 SK스퀘어가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에 투자한 이유를 살피기 전에 먼저 얘기해볼 만 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싸이월드’입니다. 특히 싸이월드 내 아바타 캐릭터인 ‘미니미’와 미니미가 거주하는 ‘미니룸’을 꾸몄던 재미를 다들 기억하실텐데요.
미니미와 미니룸은 사실 지금의 메타버스와 다름이 없습니다. 가상 공간에서 가상 아바타로 소셜미디어(SNS) 기능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싸이월드 운영사 싸이월드제트가 추억의 SNS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싸이월드는 단순히 SNS 기능만 부활시키려고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다날을 통해 싸이월드 전용 간편결제 서비스인 ‘싸이페이’를 구축했고, 편의점 유통망이 있는 GS리테일과도 메타버스 관련 전략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심지어 싸이월드의 메인넷 토큰으로서 ‘싸이도토리’라는 싸이월드 내 기축통화까지 만들어져 있습니다.
즉, 싸이월드가 그리는 메타버스 공간은 단순 사회관계망을 넘어 물건을 구매하고 어쩌면 판매까지 할 수 있는 하나의 ‘시장’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SK스퀘어로 돌아와서, SK스퀘어의 첫 투자 행보가 어쩐지 싸이월드와 비슷해보이지 않으신가요? SK텔레콤은 얼마 전 첫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출시했죠. 그리고 SK스퀘어가 온마인드 지분 인수를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에 나섭니다. 거기에 더해 코인거래소까지.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의 결합은 곧 재화 거래가 가능한 새로운 가상 생태계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고객의 활용 빈도가 늘어남으로써 장기적으로 삶의 일부이자 연장선이 될 미래 ICT 영역을 선점하기 위함”이라는 SK스퀘어의 설명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지 않으신가요? 돈이 오가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점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무궁무진한 사업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구글의 유튜브처럼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이란 이용자 입장에서도 상당한 매력이 될 겁니다.
그러고 보면 싸이월드가 과거 SK텔레콤의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서 인수해 운영한 플랫폼이라는 것도 참 재밌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관련이 없는 회사가 됐지만 어쩐지 같은 길을 향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물론 이제 첫 걸음인 만큼 SK스퀘어의 블록체인·메타버스 전략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투자는 SK스퀘어의 첫 투자이고, 그만큼 SK스퀘어가 추구하는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