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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사, 물류난·비용 상승 '이중고'…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은?

SK하이닉스 클린룸
SK하이닉스 클린룸
- 예년보다 수개월 이른 시점에 주요 장비 주문
-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지연…가격 반등 가능성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장비업계가 비상이다. 코로나19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물류대란과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악재를 연이어 맞이했다. 주요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자 납기 일정이 미뤄지는 분위기다. 증설 차질이 불가피한 반도체 제조사는 선주문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공급 논의가 수개월 미리 이뤄지고 있다. 통상 장비 제조 기간은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6개월 수준이다. 이 시점에 맞춰 계약이 이뤄지는데 그보다 2~3개월 앞당겨 주문한다는 의미다.

국내 장비업체 관계자는 “제품이 제때 투입되지 못하면서 고객사에서 1년 미리 발주를 넣을 정도”라면서 “최대한 일정을 맞춰보려 하지만 적기에 출하하더라도 몇 주 동안 배 위에 떠다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ASML과 미국 램리서치 등 글로벌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ASML의 경우 일부 공정 부품과 소모품이 부족해 몇몇 옵션을 뺀 채로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독점 중인 극자외선(EUV) 장비는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소요 기간)이 24개월 내외에서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램리서치 역시 계획된 일정이 지연되면서 장비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최근 장비 리드타임이 굉장히 길어지고 있다. 예전보다 최소 2달 이상 앞당겨서 내년 계획을 준비 중이다. 장비업체와 소통을 과거보다 빠른 타이밍에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구매담당자가 협력사 본사를 방문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원가 부담이 올라간 점도 악재다. 전 분야에서 유통망이 마비되고 수요공급 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철, 구리, 알루미늄 등 몸값이 급등한 탓이다. 이는 장비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반도체 제조사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불안정한 장비 수급으로 메모리 및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 증설 스케줄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 반도체 생산라인 공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설비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신공장 가동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련의 상황이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맞지만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생산량 증대 시점이 연기되면 최근 하락세인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부족 등으로 장비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경우 D램 라인 등 증설 속도도 느려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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